[엠투데이 이상원기자]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AI 기반 수요 증가와 엔비디아 독점 공급에 힘입어 지난 상반기에 33년 동안 이 시장을 지배해 온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 D램 업체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내놓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의 41.5%보다 8.8% 포인트가 하락한 32.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9년 데이터 공개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이 4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4년 39.6% 이후 1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장 수요가 많은 4세대 HBM3E를 AMD와 브로드컴 등에 공급하고 있지만 전체 HBM 물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엔비디아 공급망에는 아직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D램 점유율이 지난해 말의 33.4%에서 올 상반기에는 36.3%로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점유율이 2022년 27.7%에서 2023년 29.9%, 2024년 33.4%로 해마다 3-4%씩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4년 3월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한 이후 엔비디아 전체 수요의 85% 이상을 독점하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 나가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D램시장 1위 등극은 SK하이닉스의 선전 보다는 삼성의 몰락이 더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삼성의 점유율은 8.8% 하락한 반면, SK하이닉스 점유율은 2.9% 증가에 그쳤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D램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74.9%(41.5%. 33.4%) 였으나 올 상반기에는 69%로 5.9%포인트가 하락했다. 결국 삼성이 잃어버린 점유율의 대부분을 미국 마이크론이 가져간 셈이다.
마이크론은 올 상반기 공식 D램 점유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삼성과 SK하이닉스 점유율을 토대로 보면 30%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HBM과 낸드플래시만 생산하는 마이크론의 2분기 D램 매출은 AI 데이터센터, 자동차, PC, 모바일 시장 성장과 제품 평균 판매 가격 상승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한 61억 2천만 달러(8조4847억 원)를 기록했다. D램 사업은 마이크론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D램 부문은 저전력 DDR 및 HBM 칩 제품이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HBM 매출은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50%가 증가하면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마이크론은 3분기 총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약 30% 증가한 88억1천만 달러(12조2,159억 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지급을 놓고 노조와 회사가 충돌하면서 파업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하반기에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나눠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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