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민의 동거동락] 다문화가정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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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민의 동거동락] 다문화가정의 두 얼굴

이데일리 2025-08-18 10:38: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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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베트남 국가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지난 8월초 한국을 방문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국빈 방문인 셈인데,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방한은 무려 11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11일 한국과 베트남이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심화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또 과학기술·재생에너지·금융·교육 등 1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 베트남 국영통신사 VN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양국에는 10만 가구에 달하는 한·베트남 다문화 가정이 있다”며 “한국과 베트남이 결혼으로 맺어진 ‘사돈의 나라’”라고 강조했다고 보도되었다. 베트남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대한민국의 다문화 가정은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2023 행안부 자료에 의하면 다문화가구 가구원 수는 115만1,004 명이 달하며 이는 즉 39만9,396 가구로 환산된다. 2025년인 현재 4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갈수록 늘어나는 숫자에 비해 이들에 대한 처우나 인식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해 말 필자는 다문화인구가 서울시에서 유독 많은 구 중 하나인 구로구의 구로구 가족센터를 방문해 정종운 센터장을 만나 좌담을 나눈 적이 있다.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은근한 인종차별과 멸시를 겪어본 필자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차별감을 느끼는지 문의했고, 돌아온 대답은 ‘아니다’였다. 차별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살아가야 하는 교육을 다문화가정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전 교우 및 교원들에게 시행하고 있었고, 조사를 할 때마다 별다른 차별대우를 느끼지 않는다는 답변이 절대다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정 내부로 가면 어떨까? 얼마 전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충격적인 방송장면을 본 적이 있다. 뉴스에도 보도된 내용인데, 바로 초등학교 5학년 금쪽이가 중국인 엄마를 무시하고 막말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는 엄마와는 대화를 거부한 채, 아빠에게만 전화를 걸거나 일상대화를 이어가는 등, 엄마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친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나한테 폭발시키는데, 아이 아빠에게는 그러지 않는다”라고 말했는데, 이 증언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만 12세 정도다. 유치원생이면 모를까, 요즘 초등학생들의 어휘력은 놀라울 정도로 성숙하다. 이는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기술력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큰 영향을 끼쳤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촉법소년의 하향에 대해 국민적 여론이 형성된 지 오래인 만큼 아이들이 영악해진 것은 사실이다. 과연 한국인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이 절대다수일 것인 반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우리의 ‘금쪽이’가 중국인 엄마를 둔 것에 대해 놀림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런 놀림이 없었다면 금쪽이가 갑작스레 본인의 엄마에게 반감을 품고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도약 중이다. 그러나 우리도 개발도상국이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 데이트코스로 유명한 청계천은 수십 년 전만 해도 폐수가 흘러나오는 장소였고, 나라가 돈이 없어서 독일로 간호사와 광부를 보내 각종 지원 및 차관을 받아낸 적도 있었다. 나라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진 지금도 한국인이 유럽에 나가면 캣콜링(Cat-calling)을 당하는 등 인종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논어(論語)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적혀있다.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대우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행하란 뜻이다. 세계화 속 대한민국. 내부의 차별부터 없애야 한다.


◇ 서형민 피아니스트=베토벤 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는 국내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서형민 피아니스트는 각국을 오가면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다문화와 관련된 글로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는 미래를 함께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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