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보건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가까이 대면하는 직업군 중 하나가 ‘간호조무사’다. 종사자가 5만명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 인력을 이끄는 경기도간호조무사회의 이명옥 회장(58)은 ‘간호조무사는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연결고리’라고 말한다. 과거 노동조합을 이끈 바 있는 이 회장은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종사자들의 처우와 근로 환경 개선은 국민들의 보건 의료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에서다. 52년 만에 ‘법정단체’로 승격되는 등 변화의 흐름에 서 있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경기도회를 이끄는 이 회장을 만나 현안과 나아갈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지난 2월 경기도간호조무사회 제18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현장에서, 또 도지회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나.
A. 지역거점 공공병원에서 38년간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며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체감해왔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동료와 후배들을 위한 일에 나서 목소리를 내고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 역시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경기도간호조무사회에서 법제이사, 총무이사로도 활동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는 회원들의 사회적 위상과 권익 증진, 처우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Q. 협회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회를 이끈 지 반년이 지난 소회는.
A. 6개월의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취임 직후 책임감과 무게감에 몇 날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경기도회는 취업자 수 5만여명이 존재하는 최대 규모로 17개 분회를 아우른다.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중앙회나 관계기관에 전달하며 근무 환경 개선과 직역 보호 등 직종 발전에 필요한 의제를 제시한다. 퇴직을 2년 앞뒀지만 회장직에 책임감을 느끼고 최근 현장을 떠나 협회 일에 전념 중이다. 본격적인 활동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현장을 돌며 회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근무 강도에 비해 환경이 열악한 곳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회원 권익 보호, 회무 투명성 강화, 보수교육 질 향상, 분회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Q. 간호조무사의 근로 환경 개선에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다.
A. 과거 노동조합 지부장으로 활동하며 안정적인 근로 환경 마련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근무 시간이 짧아지거나, 통상적인 근로 시간이 아닌 때 근무하는 것, 계약직을 비롯한 노동 유연화는 결국 점점 더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이러한 변화를 막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도 있기에 현재는 변화 속에서 최대한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사자 스스로가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내 몫을, 권리를 챙기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현장에서 회원들과 만나,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Q. 간호조무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도민들에게 설명한다면.
A. 간호조무사는 의원, 한의원, 병원, 요양시설 등 지역 보건의료 현장에서 기초 간호와 일상생활 지원을 맡는다.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연결고리 임무를 수행한다. 무엇보다 만성질환 관리, 어르신 돌봄 등 각종 현장에서 환자의 손발이 돼드리고 이들과 가장 가까이 대면하는 존재다. 양치질서부터 대소변 챙기기 등 환자의 건강은 물론이고 삶의 질 향상에도 이바지하는 이가 아닐까 싶다.
Q. 초고령사회를 맞아 돌봄·요양 등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이에 대한 계획은.
A.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은 65세가 넘었다는 의미다. 의료 및 요양 등 ‘지역 돌봄 서비스’의 수요도 급증하며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방문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돌봄·요양·만성질환 관리 등 장기적인 건강서비스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간호조무사는 병원과 요양시설 및 재가·지역사회 돌봄 현장까지 폭넓게 활동한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한계와 업무 범위의 불명확성, 근무 환경의 격차 등으로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간호조무사협회는 △일차의료 강화 정책에 따른 간호조무사 역할 확대 △초고령사회,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 통합지원 사업의 방문간호 서비스 제공 인력에서 간호조무사 명시 등 두 가지의 국회 청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회는 이를 위해 직역 보호, 업무 범위 명확화, 전문성 강화 교육, 근무 환경 개선과 처우 향상을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이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인가.
A. 전자의 경우 정부는 최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등을 통해 예방 중심의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차의료 체계 구축을 추진하는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일차의료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인력의 약 86%를 차지하는 중요 인력이자 정부 주도의 시범 사업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직무교육을 이수한 전문성을 갖춘 간호조무사를 정식 서비스 제공 인력으로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두 번째의 경우 지난해 3월 26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대상자가 살던 곳에서 계속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초고령사회에서 방문 의료 및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간호조무사를 방문 의료 및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의 제공 인력으로 포함하는 내용이다.
Q. 52년 만에 간호조무사협회가 법정단체로 승격됐다. 앞으로 기대하는 방향, 해나갈 과제들이 있다면.
A. 6월21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설립 52년 만에 보건복지부의 공식 법정단체로 인정받았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현장에서 38년간 근무해 온 간호조무사로서, 그리고 경기도회장으로서 이러한 변화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간호조무사는 각종 환경에서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인력이지만 그동안 법의 테두리 안에 존재하지 않아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이 없었다. 이제는 우리가 겪었던 문제들이 법안에서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간호조무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근무 환경 개선·처우 향상·전문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질 것이다. 나아가 간호조무사가 국민 건강과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 인력임을 널리 알리겠다. 회원들이 협회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Q. 앞으로 임기 동안 주력할 방향과 목표가 궁금하다.
A. 회장직 선거에 나올 때 ‘말만 하지 않고 발로 뛰는 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현실적인 교육을 실현하는 경기도회’를 슬로건으로 가까운 곳에서 쉽게 교육받는 환경을 위해 경기 북부 보수 교육장 신설, 자원봉사 활성화와 디지털 소통 강화를 통한 지역사회 교육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를 실현하려 한다.
이와 함께 회원들이 협회를 신뢰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경기도회를 만들고자 한다. 과거 중앙회와의 문제 등 협회에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복잡한 정치 상황 속에 회원들은 분산하고 협회를 불신하는 기조가 확산됐다. 당선 이후 임기 3년간의 목표는 회원들이 협회로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원 참여와 소통의 장을 넓혀 자발적인 참여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또 변화하는 의료 환경과 초고령사회의 통합 돌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성 향상 교육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 확대, 도민 건강증진과 지역사회 봉사 활동으로 간호조무사의 위상을 높이겠다. 무엇보다 도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명을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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