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한식의 품격, 별점이 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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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한식의 품격, 별점이 다는 아니다

경기일보 2025-08-17 19:09: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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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상하이에 사는 지인과 서울에서 식사하며 중국의 푸드 트렌드를 들었다. 코로나 이전 방문했던 상하이 와이탄의 미슐랭 식당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별들의 예약 전쟁’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이름난 레스토랑들이 조용히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 이유가 단순한 경기 불황만은 아니었다. 팬데믹 이전에는 미슐랭 식당 방문 자체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증표’였고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방문 경험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을 중시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의 태도는 실용적으로 변했다. 소량의 코스 요리를 먹느니 푸짐한 훠궈 한 상이 낫다는 식이다. 보여주기식 소비보다는 실제 체감 만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이로 인해 ‘미슐랭 식당’이 지녔던 사회적 상징성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포함한 대규모 폐업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수입 식재료 가격 상승, 경기 둔화, 그리고 실용적 소비로의 전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별한 경험’을 약속하지만 중국 사례는 ‘별점’이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글로벌하게 영향력이 큰 레스토랑 평가 제도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같은 전문 평가단이 부여하는 권위 있는 등급, 그리고 구글맵,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대중 리뷰·평가 기반이다. 2020년부터는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그린 스타’(Michelin Green Star)와 같은 제도도 등장했다. ‘별’이 요리의 완성도를 상징한다면 그린 스타는 환경과 사회를 위한 책임 있는 레스토랑 운영을 평가한다. 이는 지역 생태계와 농가와의 상생까지 포함한다.

 

한국의 파인다이닝 역시 미슐랭, 아시아 베스트 50과 같은 국제적 평가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곳이 프렌치와 한식을 접목하며 발전시키고 한국의 식재료에 집중한다. 단순한 ‘고급화’와 ‘별점’ 의존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이다. 하지만 극도로 낮은 이익률과 높은 고정비 부담으로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사례는 한국의 고급 식당이 지속가능하려면 지역·환경·사회를 고려하는 레스토랑 철학이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제철 식재료와 지역 농수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소비자의 감성과 취향을 반영한 메뉴 및 공간 연출로 진정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별점만으로 음식의 품격을 모두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오래된 동네 식당이나 가정식 밥상에는 평가 대신 ‘기억’이 존재한다. 그날 그 자리에서 나누는 온기와 정성, 대화가 음식의 맛에 가치를 더한다. 이와 더불어 한식은 음식을 넘어 글로벌 문화 속에서 한국의 품격과 매력을 새롭게 확장하고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음식인 김밥, 떡볶이, 반찬 등은 미슐랭 별점을 받은 고급 한식과는 또 다른 일상적이고 친근한 한식의 얼굴이다. 어느 쪽의 점수가 높다 할 수 없으며 한식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이 둘 모두를 품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맛’과 ‘소비자와의 진정한 소통’이야말로 한식의 진짜 경쟁력이며 이를 지킬 때 한식은 고급 외식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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