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주 넘는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이례적으로 성과를 언급했다. 통상 해외 출장 뒤 별다른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던 관례를 깨고 자신감을 드러낸 만큼 반도체 사업과 대미 전략에서 구체적 성과를 거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출국해 17일 만인 15일 밤늦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길에서 취재진 질문에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고 짧게 답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워싱턴DC와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출장 성과로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3E 12단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고, HBM4 샘플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높이면서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온 HBM 시장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대형 고객 확보 소식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출국 직전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 내년부터 텍사스주 테일러 신공장에서 차세대 AI 칩 AI6를 생산한다.
출장 기간에는 애플용 첨단 칩을 오스틴 파운드리에서 공급할 계획도 알려졌다. 이 회장이 현지에서 팀 쿡 애플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직접 만나 후속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출장 중 이뤄진 한미 통상협상 타결도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한국산 반도체·철강 등에 15%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합의가 도출됐는데 이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조하면서 협상 과정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 회장은 오는 24~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또다시 미국을 찾는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원전 등 전 산업 협력 논의가 예정된 가운데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계획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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