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라이센서 50위에 韓 없다…케데헌식 슈퍼IP 전략짜야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현재 ‘세계적 라이센서 50’에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32개, 일본이 7개 기업이 이름을 올린데 반해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K콘텐츠 지식재산(IP)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슈퍼 IP 전략을 짜야한다는 의견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새로운 성장(10) 지식재산권의 산업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지식재산권의 산업화 역량 지표인 세계적 지재권자(Global Top Licensor) 50 명단에 미국이 32개, 일본 7개, 중국·프랑스가 각 2개, 스웨덴·영국·캐나다·이탈리아·독일·핀란드·덴마크는 각 1개의 지식재산권(IP)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단 한 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스토리 중심의 슈퍼 IP 전략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응할 IP 주권 펀드 △K산업의 해외 지재권 확보 지원 등 정책방향을 제안했다.

실제, 월트디즈니는 미키마우스 등 슈퍼 IP를 활용해 의류, 유명 유통사 등과 콜라보를 진행해 지난해 약 620억달러(약 86조원)의 상품판매를 기록했다. 미국은 5위 해즈브로(트랜스포머 등, 161억달러), 6위 워너 브라더즈(배트맨 등, 150억달러) 등이 IP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미국 톱 라이센서 32개사의 IP에서 파생된 수익은 약 2424억5000만달러(약 338조원)로 같은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에 달한다. 아이디어, 소프트파워 등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장수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를 보유한 일본의 산리오(84억달러), 다양성을 상징하는 캐릭터 ‘무민’을 보유한 핀란드의 무민 캐릭터즈(7억7000만 달러), 중국 국민 캐릭터 ‘양과 회색늑대’를 보유한 알파그룹(7억2000만 달러)이 순위에 올랐다.

자료=대한상의

보고서는 한국의 IP 산업화 부진에 대해 “한국은 원천 IP 부족, IP의 다각적 활용에 대한 전략 미흡,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촌 수출 관세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 위주의 하드(Hard) 머니 보다는 소프트(Soft)한 머니를 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가 문화의 산업화를 표방하고 있어 지금이 적기라며 3가지를 제언했다.

먼저 스토리 중심의 슈퍼 IP 전략이다.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의 인기로 K팝 뿐 아니라, 김밥, 라면, 후드티, 매듭, 한옥마을, 남산타워, 팬덤문화 심지어 무속신앙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수익을 올리는 쪽은 미국 플랫폼과 일본 제작사다. 보고서는 ‘스토리 중심의 IP 사업으로 확장하는 흐름이 대표적’이라며 웹툰, 게임, 드라마, 굿즈, 공연 등으로 수익모델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케데헌’ 신화를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루미(케데헌 여주인공) 김밥’, ‘진우(남주인공) 후드티’, ‘사자보이즈(케데헌속 보이그룹) 소다팝’ 같은 파생수익을 놓치는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스토리 중심의 슈퍼 IP 전략을 입체적으로 지원할‘케데헌 법안’이라도 만들어야 될 때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최근 국회 강연 등을 통해 “K푸드를 전략적으로 수출산업화해서 우리의 수입을 최대화 해야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가져와야 할 미래의 소프트머니”라며 돈 버는 방식의 다각화를 여러 차례 주장했다. 실제 K푸드는 전세계적 관심은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단순 완제품 수출 위주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K조리도구, K레시피, K식당 인테리어 등 K푸드 공급망 자체를 산업화하고 수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OTT 플랫폼에 대응할 ‘IP 주권 펀드’의 조성이다. 제작비 문제 등으로 오징어게임이나 무빙과 같이 OTT플랫폼이 제작비 전액을 선투자하는 대신 콘텐츠의 저작권 및 이를 통해 파생되는 부가가치가 모두 플랫폼에 귀속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IP 주권 펀드를 조성해 제작사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프로젝트에 대해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제작사와 플랫폼이 제작비를 공동 분담하고, IP 권리를 공유하게 하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속지주의를 따르는 지재권 특성상 ‘K산업의 해외 지재권 확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IP 수출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평균 1000만원 이상의 출원비용을 내야 해외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며 “진출대상국에서의 권리확보를 위해 문화기업, 핵심기술 기업 등을 중심으로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강경남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식재산권 수출 상위 20개국의 최근 25년(2000~2024)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재권 사용료 수출이 10%(약 9억달러 늘면 GDP가 0.4% 상승한다”는 경험적 연구결과를 내놨다. 해외기업이 국내 특허를 도입할 때 국산 부품과 장비를 병행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지재권 수출은 상품수출에 크게 기여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글로벌 마켓이 하나였던 시대엔 좋은 물건을 만들어 잘 팔면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만으론 성장이 힘들다”며 “K푸드·콘텐츠 등 지재권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지속 수요를 창출하는 ‘락인(Lock-in)’ 전략을 적극 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