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현비 기자] 2017년, 전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당시 이 결정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비판받았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다시 한번 그 암울한 그림자와 마주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재탈퇴는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연 미국의 탈퇴는 ‘인류 공동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을 어떻게 뒤흔들고 있을까?
▲ 파리협정의 ‘정신’을 훼손하다
파리협정은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고 이행하는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이는 강제력이 없지만, 전 세계 국가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미국의 탈퇴는 바로 이 협정의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이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주요 배출국인 미국이 이탈함으로써, 다른 국가들도 감축 목표를 낮추거나 이행에 소극적으로 변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곧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 국제 기후 공조 체제가 흔들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기후 금융’의 동결, 개도국을 벼랑 끝으로 몰다
파리협정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한 자금 지원이다. 이른바 ‘기후 금융’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저개발국가들이 기후변화 적응 및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이러한 기후 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가뭄, 홍수 등으로 고통받는 개도국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행위이다. 기후 금융의 동결은 단순히 자금 지원 중단을 넘어,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 미국 내 ‘분열’과 ‘불확실성’ 심화
미국의 탈퇴는 연방 정부 차원의 결정이지만, 미국 내 모든 주와 기업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캘리포니아, 뉴욕 등 많은 주와 도시들은 연방 정부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우리는 여전히 참여한다(We Are Still In)’는 이니셔티브를 출범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정책적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기업들에게도 혼란을 야기한다.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려던 기업들은 정부 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투자를 망설이게 되고, 이는 곧 미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탈퇴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 기후 위기의 ‘골든 타임’을 놓치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행동해도 부족한 이 시기에, 미국의 탈퇴는 기후변화 대응의 속도를 늦추고 국제사회에 깊은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 이는 결국 인류 전체의 재앙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이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다시 파리협정에 복귀하고, 다른 국가들과 함께 기후변화라는 공동의 위기에 맞서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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