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BOE를 상대로 제기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ITC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부정한 방식으로 취득했다고 인정, 약 15년 동안 미국 시장에 BOE 패널을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적 수입 금지 명령(LEO)을 내렸다. 이번 조치가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중장기 경쟁 구도에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지난 11일 예비판결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보안 조치가 탁월한 수준이었음에도 BOE가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해 사용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에 실질적 피해와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제재 기간은 14년 8개월로 일반적인 환수 기준을 넘어서는 수위다. ITC가 여러 핵심 기술의 개발 소요 기간을 합산해 반영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예비판결이 오는 11월 최종 판결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사 보고에서 따르면 BOE의 기술 탈취는 단순 모방을 넘어 조직적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엔지니어와 공정 전문가, 장비 기술자들을 고액 연봉과 보너스로 유인해 대거 영입했고 이들이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맡으며 기술 이전에 관여했다. 일부 협력업체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3D 라미네이션’ 장비를 공동 개발한 T사는 BOE에 핵심 기술을 제공했다가 2023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일본의 C장비 업체 또한 BOE의 요구에 응해 기밀을 넘긴 것으로 ITC는 판단했다. BOE가 협력사들과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S사 기술’을 구체적으로 요청한 정황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번 제재에도 단기적으로 BOE의 미국 내 OLED 점유율이 급격히 줄지는 않을 전망이다. BOE 패널이 탑재된 아이폰 등 완제품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아이폰용 소형 OLED 시장에서 BOE는 22.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주요 고객사들이 기술 탈취 논란에 부담을 느껴 BOE 제품 의존도를 줄일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ITC 제재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 증시에서 일진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비에이치, 케이씨텍 등 관련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4월에도 BOE와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이번 영업비밀 침해 판결까지 이어지면서 BOE와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법원을 통해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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