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숙연한 마음 들게 만드는 중국어 자판 입력법

세종대왕 나신 날 시민참여 생일축하 행사. / 2025년 5월 14일자 뉴스1 사진

한국어를 쓸 때는 24개의 자음과 모음만 알면 된다. ㄱ, ㄴ, ㄷ부터 ㅏ, ㅑ, ㅓ까지 손가락으로 눌러서 조합하면 모든 글자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중국어는 다르다. 한자가 수만 개나 되는데, 이 많은 글자를 어떻게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할 수 있을까.

중국어 입력은 한글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바로 완성된 글자가 나오지만, 중국어는 그렇지 않다. 중국어를 입력하려면 먼저 한자의 발음이나 모양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다음, 컴퓨터가 여러 한자 후보를 보여주면 그중에서 원하는 글자를 선택해야 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병음 입력법이다. 병음은 한자의 발음을 로마자로 적은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을 뜻하는 '中国'을 입력하려면 먼저 'zhongguo'라고 타이핑한다. 그러면 화면에 中国을 비롯해 zhongguo라고 발음되는 다른 한자들이 나타난다. 사용자는 이 목록에서 자신이 원하는 한자를 클릭하거나 숫자키를 눌러서 선택한다.

하지만 병음 입력법에는 문제가 있다. 중국어에서는 발음이 같은 한자가 매우 많다. 'yi'라고 발음되는 한자만 해도 意, 一, 已, 以, 易, 议 등 수십 개가 된다. 그래서 병음을 입력하면 선택할 수 있는 한자 후보가 너무 많이 나온다. 자주 쓰이는 글자가 앞쪽에 나오긴 하지만, 원하는 한자를 찾기 위해 여러 번 클릭하거나 스크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조를 함께 입력하는 방법도 있다. 중국어에는 4가지 성조가 있어서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가 다르면 다른 뜻이 된다. 예를 들어 'ma'는 성조에 따라 妈(엄마), 麻(삼베), 马(말), 骂(욕하다) 등 다른 한자가 된다. 성조까지 정확히 입력하면 한자 후보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병음 말고 다른 입력 방법도 있다. 오필법은 한자의 모양을 다섯 가지 기본 획으로 분해해서 입력하는 방식이다. 한자를 가로획, 세로획,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긋는 획, 점, 구부러진 획으로 나눠서 생각한다. 예를 들어 '人'이라는 한자는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긋는 획과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긋는 획으로 이뤄져 있다. 이 방법은 한자의 발음을 몰라도 글자 모양만 알면 입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창힐법은 대만에서 많이 쓰이는 입력 방법이다. 한자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서, 각 부분을 특정한 영어 알파벳에 대응시킨다. 예를 들어 '日'은 A, '月'은 B, '金'은 C 이런 식이다. 한자 하나를 입력하려면 보통 2-5개의 알파벳을 조합한다. 이 방법은 익숙해지면 매우 빠르게 입력할 수 있지만 각 부분과 알파벳의 대응 관계를 외워야 해서 배우기가 어렵다.

손글씨 인식 기능도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에서 손가락으로 한자를 직접 써서 입력하는 방법이다. 컴퓨터가 사용자가 쓴 글자를 인식해서 해당하는 한자를 찾아준다. 이 방법은 직관적이지만 속도가 느리고, 글씨를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음성 인식 기능도 많이 쓰인다. 마이크에 대고 중국어로 말하면 컴퓨터가 음성을 인식해서 해당하는 한자로 변환해준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식률이 크게 높아졌지만, 주변이 시끄럽거나 방언이 심한 경우에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어떤 방법을 쓰든 중국어 입력은 한글보다 복잡하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순서대로 누르면 바로 완성되지만 중국어는 입력 후에 원하는 한자를 선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중국어를 빠르게 타이핑하려면 자주 쓰이는 한자와 단어를 기억해두고 입력기의 예측 기능을 잘 활용해야 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병음 입력법을 쓴다. 스마트폰에서도 병음이 기본 입력 방법이다. 중국 정부가 병음을 표준으로 정하고 학교에서 가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창힐법이나 주음부호를 이용한 입력법이 더 많이 쓰인다.

중국어 입력기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사용자가 자주 쓰는 단어나 문장 패턴을 학습하고, 보다 정확한 한자를 추천해주는 기능이 나오고 있다. 또한 문맥을 파악해서 적절한 한자를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기능도 개발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한글처럼 간단하고 직관적인 입력은 어렵다.

결국 수만 개의 한자를 컴퓨터로 입력하는 것은 여전히 복잡한 과정이다. 다양한 입력 방법이 개발됐지만 모두 한글보다는 번거롭다.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입력 방법도 함께 익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