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정부가 구글의 정밀지도 해외 반출 신청에 대한 심사 기간을 또다시 연장했다. 글로벌 IT 기업의 서비스 확대 요구와 국가 디지털 주권 보호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공간정보 생태계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지리정보원(이하 국지원)은 8일 오후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개최해 처리 시한을 60일 추가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구글은 지난 2월 국내 1:5000 축척 수치지형도를 자사의 해외 데이터센터로 이전하겠다고 신청한 바 있다. 이는 구글의 세 번째 요청으로 앞선 두 차례 시도는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조건으로 한 정부 제안을 구글이 수용하지 않아 무산됐다.
지난 5월 열린 심의에서도 당국은 보안 우려와 산업 경쟁력 손실 가능성을 이유로 결론을 유보한 상태였다. 이번 기간 연장은 기존 원칙을 깬 예외적 조치로 평가된다. 국지원은 그동안 두 달을 넘는 심사 기간 확대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부 기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원 처리 관련 규정에서 신청인이 동의할 경우 기한을 늘릴 수 있다는 조항을 구글 측이 직접 언급하며 연장을 공식 요청했다. 정부는 구글의 답변서를 받은 뒤 협의체 내 관계부처와 논의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기한 연장은 구글 측의 추가 검토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구글의 공식 입장을 바탕으로 관계 부처와 충분히 논의해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자칫 디지털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1:5000 이상 고해상도 지도를 전 국토 단위로 구축할 수 있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힌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독일, 핀란드 등 일부 국가와 함께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도 일부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정밀지도는 지난 수십 년간 국민 세금과 기업 법인세 등 약 1조원의 공적 자금으로 제작된 국가 자산인 만큼 해외 기술기업의 편의성을 이유로 이 자산을 외부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간정보 관련 법령도 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에도 네이버, 카카오, 티맵 등 경쟁력 있는 기술 기업들이 존재한다”며 “이들은 단 1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품질 지도를 독자적으로 제작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글의 반출 요청은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의 자립성과 기술 독립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달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와 함께 방위비 분담 등 민감한 안보 이슈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정책실은 지난달 말 기자 브리핑에서 해당 사안이 정상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애플 역시 지난 6월 국지원에 동일한 정밀지도 데이터를 국외 이전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한 결정 기한은 내달 8일까지로 구글 건과 함께 심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에도 정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최종 판단 시점은 오는 11월로 늦춰질 전망이다.
경희대 지리학과 최진무 교수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국외로 유출될 경우 공간정보 생태계의 주도권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갈 위험이 있다”며 “기술 주권을 사수하기 위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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