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에 밀려도…국산 태극기 지키는 장인·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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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에 밀려도…국산 태극기 지키는 장인·상인들

모두서치 2025-08-16 08:09: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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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광복절 8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태극기 업계는 여전히 깊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범람과 더불어 태극기가 특정 정치적 상징으로 오해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리며 수요 감소가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도 국산 태극기를 고집하며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손으로 태극기를 꿰매는 장인부터, 인적 드문 골목을 지키는 상인들까지 묵묵히 실과 깃대를 잡고 있다.

◆25년째 수제 고집하는 태극기 장인…40년째 자리 지키는 상인도

국내 대표 태극기 장인으로는 양동열 완창국기사 대표가 꼽힌다. 그는 2001년부터 25년째 손으로 태극기를 만들고 있다. 원단을 직접 고르고 염색 공장을 찾아다니며 깃봉과 깃대까지 일일이 손으로 조합한다.

양 대표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기계로 만들면 원단이 얇고 색이 금세 바란다"라며 "수작업은 손이 많이 가지만 내구성과 색감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태극기로 인해 매출 감소와 단가 경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은 여전히 국산 제품을 사용하지만 집회나 시위 현장 등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중국 직구 플랫폼 '테무' 등을 통해 수입된 중국산 제품이 주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양 대표는 태극기 제작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는 손으로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라며 "그래도 태극기는 역사와 정체성, 희생정신이 담긴 상징이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태극기를 판매하며 터를 지켜온 상인들도 있다. 기자가 지난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관수동 휘장골목에서 만난 방석진(63)씨는 4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태극기를 판매해 왔다.

한때 '태극기 1번지'로 불렸던 이 골목은 광복절을 앞두고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태극기, 휘장, 철물, 상패 등을 다루는 가게가 수십 곳에 달했지만 현재는 관련 업종이 약 15곳 남아 있다. 그중 태극기와 깃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방씨는 "2000년대 초반 광복절 전날이면 골목이 상자째 태극기를 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라며 "개인손님은 5년 전이 마지막이었다"고 씁쓸함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캐릭터 굿즈도 만들며 새로운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라고 했다.

같은 골목에서 태극기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50대 상인 이달호씨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는 판매가 뜸한 요즘에도 100장 안팎의 재고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정부나 단체의 대량 주문을 대비해서다. 이씨는 "이제는 태극기를 개인이 사가는 일은 거의 없다"며 "그래도 누군가는 이걸 팔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14일 찾은 남대문시장의 풍경은 더 냉혹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지만, 기념품 가게 12곳 중 태극기를 취급하는 곳은 4곳뿐이었다. 기자가 "태극기 있나요?"라고 묻자 상인들은 창고를 뒤지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묻는 모습을 보였다.

한 70대 남성 상인은 "2010년대 후반 이후로 애국심으로 태극기 사가는 시민은 단 한 명도 못 봤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임모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품처럼 사갈 뿐"이라고 전했다.

남대문시장에서 판매되는 태극기들을 비교해보면 품질 차이가 확연했다. 국산 태극기는 유광 원단에 금색 수술이 덧대어진 형태로 색상이 선명하고 마감 처리도 정교한 반면, 중국산은 올이 나간 흔적이 쉽게 발견되고 원단과 인쇄 품질이 떨어졌다.

◆전문가 "정치적 이미지 걷어내고 일상 속 인식 회복 나서야"

전문가들은 태극기 산업 침체의 원인을 단순한 수입산 가격 경쟁력에서 찾기보다는 국민 의식 변화와 정치적 이미지의 왜곡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55년 동안 선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황선기 태극기선양회 회장은 "중국산 때문에 안 팔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식 자체가 많이 변했다. 국민들의 애국심과 태극기에 대한 마음 자체가 예전과 다르다"라며 "전국 게양률이 실제로는 2~3% 수준에 불과하다. 지자체나 정부가 게양 문화를 살릴 수 있는 예산과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도 "일부 정치 단체가 태극기를 특정 집단의 상징처럼 사용하면서 젊은 층의 부정적 인식이 생긴 게 사실"이라며 "정치적 프레임을 걷어내고 국산 태극기의 품질과 상징성을 강조하는 교육과 홍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태극기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생활 속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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