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조용히 귀국했다. 귀국 직후 취재진과 만난 이 회장은 "내년 사업 준비하고 왔습니다"라는 짧은 한마디만을 남기고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출장 기간 동안 그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 신사업 발굴, 한미 통상 협상 지원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출장은 단순한 글로벌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넘어 삼성전자의 향후 사업 방향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 회장이 출국 직전 삼성전자와 테슬라가 체결한 약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은 이번 출장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계약을 통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AI6'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삼성과 테슬라 간 최대 규모의 협력 사례로 기록됐다.
특히 이번 계약은 단순히 생산을 넘어서 기술적 협력까지 포함된 점에서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번 계약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삼성이 테슬라의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협력을 허용했다. 내가 직접 테일러 공장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밝혀 양사 간 기술 파트너십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머스크는 테일러 공장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가까워 자주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한 미국 체류 기간 중 애플과의 차세대 칩 생산 계약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칩은 차세대 아이폰에 들어갈 이미지 센서(CIS)로 추정되며,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직접적인 협상과 조율을 통해 계약 체결을 이끌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과 애플의 이번 협력은 반도체 업계에서 파장이 큰 것으로 양사의 오랜 경쟁 관계를 넘어선 협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출장의 또 다른 성과는 한미 통상 협상 지원이다. 미국 체류 중이던 지난달 31일, 한국과 미국은 상호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통상협상에 전격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공급망 안정과 미국 내 투자 확대 의지를 전달하며 물밑에서 협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회장은 미국 정부 및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며 한국 산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동맹 강화를 위한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해왔다.
이 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은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AI, 반도체, 이미지 센서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협력 채널을 확고히 했으며 미국 내 공급망 및 생산기지 강화 전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미 간 통상 환경 개선에도 기여하면서 한국 산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 기반을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한편 이 회장은 귀국 당일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에 참석한 뒤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재차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불과 9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는 그는 이번 방미에서 지난 출장 기간 동안 구체화된 삼성의 미국 내 투자 확대 방안과 공급망 협력 계획 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올해 하반기 미국 시장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서 한국 산업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수준"이라며 "AI와 반도체가 글로벌 경쟁의 핵심인 만큼, 이번 계약들과 협력은 국가적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회장의 연이은 미국행은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고 현지 생산 인프라를 강화하며, 기술 협력까지 이끌어낸 이번 행보는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에만 약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과 오스틴 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체결된 테슬라 및 애플과의 공급 계약은 이러한 미국 내 생산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현지 밀착형 전략'의 성과물로 평가된다.
이처럼 이번 출장과 계약은 단순한 기업 간 비즈니스 성과를 넘어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속 한국과 미국 간의 전략적 산업 협력 구도에도 의미 있는 이정표로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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