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폭력: 돈이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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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1 00:00 기준

경제적 폭력: 돈이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사슬

나만아는상담소 2025-08-15 12:27:26 신고

경제적 폭력, 돈으로 억압하다.

그는 당신의 구원자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팍팍한 도시의 생활비에 지쳐갈 때쯤, “이제부터 데이트 비용은 내가 다 낼게”라고 선언했을 때. 혹은 “넌 숫자 관리에 약하잖아. 우리 미래를 위해 내 월급이랑 합쳐서 내가 관리해줄게”라며 당신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었을 때.

당신은 그의 책임감 있는 모습에 감동했다. 월세 걱정, 카드값 걱정에서 해방되는 듯한 안도감. 친구들은 부러워했다. “남자친구가 다 알아서 해준다니, 넌 정말 복 받았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안도감은 서서히 기묘한 질식감으로 변해간다. 편의점에서 간식 하나 사면서도 머뭇거리게 되고, 친구 결혼식 축의금을 내면서도 그의 눈치를 본다. 엄마 생신 선물을 사려다가 “이번 달은 좀 빠듯해”라는 그의 말에 포기한다.

당신의 통장에는 당신 이름이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그의 허락 없이는 한 푼도 쓸 수 없는 돈. 이것은 정말 배부른 투정일까, 아니면 돈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족쇄일까?

내면의 혼란: “왜 내 돈을 쓰면서도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아마 당신은 스스로를 탓했을 것이다. ‘나 편하자고 저러는 건데, 내가 너무 따지는 걸까?’ ‘내가 정말 돈 관리를 못하니까, 저 사람이 대신해주는 게 맞을지도 몰라.’

당신은 스스로의 경제적 판단력을 의심하며, 그의 통제를 합리적인 ‘분업’으로 받아들이려 애썼다. 돈 문제는 예민하고, 속물처럼 보이기 쉬운 주제니까.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연인 사이의 돈 문제를 따지는 것을 ‘계산적’이라고 비난하기 쉽다.

일상 속 작은 굴욕들

커피숍에서 친구와 만나 카페라떼 한 잔 마시려는데, 갑자기 멈칫한다. ‘이거 사도 되나? 오늘 이미 점심값도 썼는데.’ 결국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친구가 “너 라떼 좋아하잖아”라고 하면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고 둘러댄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계속 계산기를 두드린다. 좋아하는 과자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이건 사치야.’ 그가 나중에 영수증을 보며 “이렇게 많이 샀어?”라고 할 모습이 떠오른다.

온라인 쇼핑 필요한 속옷을 사려다가도 망설인다.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한다. 결국 “이거 사도 될까?”라고 그에게 물어본다. “그거 작년에 산 거 아직 있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당신 마음속의 작은 목소리는 계속해서 속삭인다. “왜 나는 내 돈을 쓰면서도 그의 눈치를 봐야 하지?” 그 질문에 담긴 불편함이야말로, 당신의 관계가 건강한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경제적 폭력의 세 가지 얼굴: 사랑의 가면을 쓴 통제

"경제적 폭력의 3가지 유형: '관리'를 빙자한 감시와 통제, '선물'로 심리적 빚을 지우는 수법, '헌신'으로 포장하여 자립을 막는 착취."

경제적 지원과 경제적 폭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차이는 ‘함께’라는 이름 아래 당신의 자율성을 존중하는지, 아니면 ‘미래’라는 명분으로 당신의 자유를 빼앗는지에 달려있다.

1. ‘관리’라는 이름의 감시: 투명한 감옥

이런 모습이다

“여보, 통장 비밀번호 알려줘. 내가 앱에 등록해서 관리하기 편하게 할게.”

처음엔 달콤했다. 복잡한 공과금 납부, 적금 관리, 투자까지 모두 알아서 해준다. 당신은 매달 정해진 금액을 용돈으로 받는다. 체크카드 한 장과 함께.

하지만 점차 숨이 막힌다. 모든 지출이 실시간으로 그에게 알림으로 간다.

  • - “스타벅스에서 8,000원 썼네? 비싸지 않아?”
  • - “오늘 택시 탔구나. 지하철 타지 왜?”
  • - “친구랑 밥 먹었어? 누구? 몇 명이서?”

신용카드 명세서는 매달 검열의 시간이다. 하나하나 설명해야 한다. “이 화장품은 왜 샀어?”, “옷은 작년에도 샀잖아”, “이 책은 뭐야? 필요한 거야?”

그의 논리 “내가 너보다 경제 관념이 있잖아. 너는 충동구매도 자주 하고. 이렇게 해야 우리가 집도 사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 다 우리를 위한 거야.”

숨겨진 진실

이것은 효율적인 자산 관리가 아니라, 당신의 삶에 대한 완벽한 감시 시스템이다. 돈의 흐름은 곧 생활의 궤적이다.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모든 것이 돈의 흔적으로 남는다.

그가 당신의 돈을 통제하는 것은, 당신이 그가 모르는 활동을 하거나, 그가 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친구와 몰래 만날 수도, 혼자만의 취미를 가질 수도, 그를 떠날 준비를 할 수도 없다.

경제적 자율성이 없는 사람은, 관계를 떠나 새로운 삶을 계획할 물리적인 힘을 잃게 된다. 보증금도, 이사 비용도, 당장 먹고 살 돈도 없으니까.

2. ‘선물’이라는 이름의 빚: 황금 수갑

이런 모습이다

그는 당신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한다. “네가 갖고 싶어 했잖아.” 백만 원이 넘는 가방 앞에서 당신은 감동하면서도 부담스럽다. “이런 비싼 거 안 사도 돼”라고 하면 “내 여자한테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고 웃는다.

비싼 레스토랑, 호텔 스테이케이션, 해외여행. 당신의 경제력으로는 꿈도 못 꿀 경험들을 선사한다. SNS에 올리면 친구들의 부러움이 쏟아진다. “남자친구 대박이다!”

하지만 다툼이 있을 때마다, 그 선물들은 무기가 된다.

  • - “내가 너한테 뭘 해줬는데, 이것도 못 들어줘?”
  • - “그 가방 얼마짜리인지 알아? 근데 넌 나한테 뭐 해준 게 있어?”
  • - “내가 너 때문에 카드값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

당신이 조금이라도 자기 의견을 주장하면, 그는 경제적 희생을 들먹인다. “내가 이렇게 해주는데도 고마운 줄 모르네.”

그의 논리 “사랑하니까 아낌없이 주는 거야. 난 내 여자가 최고였으면 좋겠어. 다른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여자.”

숨겨진 진실

그의 관대함은 순수한 선물이 아니라, 당신의 복종을 사는 거래다. 그는 당신에게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재정적 빚을 지워, 당신이 관계에서 동등한 발언권을 갖지 못하게 만든다.

고가의 선물은 당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그의 소유물로 표시하는 브랜드 마크다. “이렇게 비싼 것을 사줄 수 있는 남자의 여자”라는 꼬리표.

그리고 그 선물들은 당신이 떠나려 할 때 족쇄가 된다. “내가 사준 것들 다 두고 가”, “그동안 쓴 돈 다 갚아”라는 협박. 선물이 아니라 대출이었던 것처럼.

3. ‘헌신’이라는 이름의 착취: 날개를 꺾는 가위

당신을 일터에서 끌어내기

“회사 그만둬. 내가 벌어서 먹여 살릴게.”

처음엔 로맨틱하게 들렸다. 매일 아침 전쟁 같은 출근, 야근에 시달리는 당신을 보며 안쓰러워하는 그. “내 월급으로 충분해. 넌 집에서 쉬면서 하고 싶은 거 해.”

하지만 퇴사 후 현실은 달랐다.

  • -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도 제대로 안 해?”
  • - “내가 일하는 동안 넌 뭐했어?”
  • - “용돈? 이번 달은 좀 빠듯한데.”

친구 만나는 것도, 학원 다니는 것도 다 그의 허락이 필요하다. “내 돈으로 놀러 다니는 거야?”라는 비아냥. 당신은 점점 작아진다.

당신의 돈을 빨아들이기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는 끊임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 - “이번 달 카드값이 밀렸어. 좀만 도와줘.”
  • - “사업 자금이 필요해. 네 이름으로 대출 좀 받아줘.”
  • - “어차피 결혼할 건데, 네 적금 해약해서 같이 쓰자.”

당신이 망설이면 “우리 사이에 돈 가지고 그러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힘든데 모른 척해?”라며 죄책감을 심는다.

숨겨진 진실

두 가지 모두 당신의 경제적 독립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당신의 사회적 연결고리와 자립 능력을 끊는 것이다. 경력 단절, 인맥 단절, 그리고 자존감의 추락. 당신은 점점 그에게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날개 꺾인 새가 된다.

경제적 착취는 더 직접적이다. 당신의 미래를 갉아먹는 것이다. 당신 이름의 빚은 남고, 신용은 망가진다. 그는 당신이 쌓아온 경제적 토대를 무너뜨려, 자신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돈으로 당신의 날개를 꺾는 이유: 통제의 심리학

"경제적 통제를 하려는 심리. 돈을 권력의 상징으로 삼아 상대를 통제하고, 상대가 떠날까 봐 두려운 불안감 때문에 경제적 자립을 막는 행동."

권력의 맛: 신이 된 듯한 착각

그는 왜 그토록 당신의 돈 문제에 집착하는 걸까?

돈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권력의 상징이다. 당신의 경제력을 통제한다는 것은, 당신의 선택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누구를 만날지, 어디로 갈지. 모든 것이 그의 손안에 있다.

이것은 그의 불안정한 자아에게 엄청난 만족감을 준다. 당신이 뭔가를 사려고 할 때마다 그에게 물어보는 모습, 용돈을 받으며 고마워하는 모습, 그의 허락을 기다리는 모습. 이 모든 것이 그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마치 신이 된 듯한 전능감.

떠날 수 없게 만들기: 보이지 않는 감옥

더 깊은 이유는 불안이다. 당신이 떠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사람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마음에 안 들면 짐을 싸서 나가면 된다. 하지만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당장 갈 곳도, 먹고 살 돈도 없다.

그는 당신의 날개를 꺾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날 수 있는 새는 언제든 날아갈 수 있지만, 날개가 꺾인 새는 새장 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문이 열려 있어도.

이것은 ‘보호’가 아니라 ‘감금’이다. 황금으로 만든 새장일지라도, 새장은 새장이다.

건강한 경제적 파트너십: 진짜 사랑의 모습

"건강한 경제적 파트너십의 조건. 투명성과 자율성의 균형, 그리고 서로의 경제적 독립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설명."

투명성과 자율성의 균형

건강한 관계에서 돈은 이렇게 흐른다:

공동의 목표, 개별의 자유 “우리 1년 안에 전세 자금 마련하자. 각자 월 100만 원씩 모으는 거 어때?” 목표는 함께 세우되, 방법은 각자 결정한다.

투명한 공유, 독립적 관리 “내 월급은 이 정도야. 생활비는 반반 내고, 나머지는 각자 관리하자.” 서로의 경제 상황을 공유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존중하는 조언, 강요 없는 제안 “그 가방 예쁘긴 한데, 좀 비싼 것 같아. 물론 네가 정말 원하면 사.” 의견은 제시하되, 결정은 상대에게 맡긴다.

경제적 독립성의 중요성

연인이어도, 부부여도, 경제적 독립성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권리다.

  • - 자신의 통장과 카드를 가질 권리
  • - 자신의 수입을 관리할 권리
  • - 합리적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지출할 권리
  • - 경제적 결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

이것은 신뢰의 부족이 아니라, 건강한 경계의 표현이다. 각자의 경제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힘을 합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파트너십이다.

당신의 경제적 자유를 되찾기: 작은 시작

"경제적 폭력은 돈 문제가 아닌 존엄성과 자유의 문제. 정서적 학대의 일종임을 인지하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

인식하기: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먼저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 - 성인이 자신의 돈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
  • - 모든 지출을 보고하고 허락받아야 하는 것
  • - 경제적 결정에서 배제되는 것
  • - 일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

이것은 사랑이 아니다. 통제다.

작은 저항: 경계 되찾기

비상금 만들기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좋다. 편의점 알바를 하든, 부업을 하든, 조금씩 모아 비상금을 만든다. 그가 모르는 통장 하나. 이것은 당신의 생명줄이 될 수 있다.

기록 남기기 모든 경제적 통제의 증거를 남긴다. 통장 내역, 카톡 대화, 녹음. 나중에 필요할 수 있다.

도움 요청하기 가족, 친구, 상담센터.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경제적 폭력도 명백한 폭력이고, 도움받을 수 있다.

전문가 찾기 여성긴급전화 1366, 가정폭력상담소. 경제적 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다. 법률 지원, 쉼터 제공, 자립 지원까지.


진정한 사랑은 경제적 능력을 합치는 것일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경제적 자율성을 빼앗는 것일 수는 없다.

건강한 관계는 투명한 재정 공유와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지만, 그것은 동등한 두 파트너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지갑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파트너십이 아니라 지배다.

돈은 관계의 윤활유가 될 수도,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의 관계에서 돈이 자유를 억압하고, 선택을 제한하며, 모든 결정에 그의 허락을 구하게 만드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경제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존엄성과 자유에 관한 문제다.

당신에게는 커피 한 잔을 마실 자유가 있다. 친구에게 선물을 줄 자유가 있다. 일할 자유가 있고, 쉴 자유가 있다. 이것은 사치가 아니라 기본권이다.

그 어떤 사랑도, 그 어떤 선물도, 이 자유를 빼앗을 권리는 없다.

당신의 존엄성은 세상의 그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당신만이 지킬 수 있고,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당신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기억하라. 진짜 사랑은 당신을 더 자유롭게 만든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모든 면에서.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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