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 '인내' 두 차례 언급하며 北화답 촉구
"北체제 존중" 북한 우려 불식에 주력…비핵화 언급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이 새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호응하지 않고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며 대북 화해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새로운 대북 제안을 하지는 않았지만,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등 북한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를 '엉킨 실타래'로 표현하며 신뢰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해 인내심을 갖고 풀어나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며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인내하며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한국은 자국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망상을 명문화해놓고"라고 언급하는 등 남측이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인내'라는 단어를 두 차례나 사용한 데서 보듯 당장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대북 전단 살포 저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및 확성기 철거, 국가정보원의 대북 라디오·TV 방송 중단, 한미연합훈련의 일부 조정 등의 조치를 연달아 취했다.
하지만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도 전임 정부와 다를 바 없으며,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못 박았다.
전날 담화에선 이재명 정부의 대북 조치들을 "기만극"이라고 깎아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우리의 광복절 격인 조국해방 80돌 경축대회 연설에서 한국을 일절 언급하지 않으며 무시 전략을 폈다.
그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며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위한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미북 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은 없다며 미국과 대화도 핵보유국 인정이 전제가 돼야 할 수 있다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비핵화'를 언급하면 북한과 대화는 더 멀어질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비핵화'를 강조한 것은 북한과 대화 재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이를 위해서 비핵화 목표를 양보할 수는 없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남북 경제교류에 대해 밝히면서 '공리공영·유무상통 원칙'을 언급했는데, 이는 2007년 10·4남북공동선언 5항에 "(남북은)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라고 담긴 바 있다.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협을 하자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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