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이끈 신군부에 맞서다 전사한 고 김오랑 중령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사건 발생 46년 만에 국가의 배상 책임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김 중령의 누나 김쾌평 씨 등 유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5억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가 유족에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영화에서 고 김오랑 중령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 / 영화 '서울의봄'
김 중령은 1979년 12월 13일 0시 20분께, 특전사령부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던 중 신군부 제3공수여단 병력이 특전사령부를 급습해 정병주 당시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총탄 6발을 맞고 사망했다. 당시 신군부 병력은 M-16 소총을 난사하며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신군부 측은 “김 중령이 먼저 사격해 이에 대응했다”는 입장을 내고 사인을 ‘순직’으로 처리했다. 순직은 직무 수행이나 훈련 중 사망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사망 경위가 왜곡·은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2022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김 중령 사망을 ‘전사’로 정정했다. 조사 결과, 반란군이 총기를 난사하며 정 사령관 체포를 시도했고, 김 중령이 이를 막기 위해 응사하자 반란군이 발포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사는 전투 중 사망을 의미하며, 순직과 비교해 보상 범위가 더 넓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김 중령 시신은 당시 특전사 뒷산에 암매장됐다. 1980년 동기생들의 탄원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됐으며,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됐다. 유족 측은 지난해 6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사망 책임과 사망 경위 조작·은폐 책임을 함께 물었다.
김 중령의 가족은 사건 이후 큰 피해를 겪었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의 사망 이후 치매를 앓다 약 2년 뒤 사망했다. 부인 백영옥 여사는 남편 사망 후 시신경 마비가 악화돼 실명했고, 민주화 이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했으나 1991년 사망했다.
이번 판결로 김 중령이 반란 진압 과정에서 전사했다는 사실이 사법부 판단으로 다시 확인됐다. 김 중령은 육군사관학교 25기 출신으로, 사망 당시 35세였다. 2023년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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