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원민경 변호사는 '여성계'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성폭력, 성착취 등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활동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성매매 종사자 여성을 처벌해선 안된다는 '비범죄화' 운동에 매진한 점이 이목을 끄는 이력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향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임명될 시 여가부의 여성폭력 대응 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여가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원민경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변호사)를 내정했다.
원민경 후보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여성인권 보장, 여성폭력 대응 등과 맞닿아 있다. 특히 '여성'이 빠지지 않는다. 2001년 서울 여성의전화(여성폭력상담기관) 전문위원을 시작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장 및 성착취대응팀장, 한국젠더법학회 부회장,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위원, 한국여성학회 이사, 한국성폭력상담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후보자는 실제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여성폭력 사건에 직접 변호사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n번방'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피해자 변호인단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2020년 원민경 후보자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피해자의 인적사항 유포 행위 금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적극적인 보호조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피해자 적극 보호 제도 등을 촉구했다.
후보자를 비롯한 변호인단은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및 삭제 지원의 과제'를 발표하며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행위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포털사이트의 미온적 대처로 피해자 및 가족들이 매일매일 모니터링과 신고를 하느라 일상 생활도 하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영상물 등의 신속한 삭제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주장도 빠지지 않았다.
이 같은 이력으로 미뤄 후보자는 임명된 후 이재명 대통령도 강조한 디지털성범죄 근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가부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를 통해 피해영상물의 신속하고 온전한 삭제를 위해 고도화된 자동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원민경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이 같은 과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이력 중 하나는 성매매 종사자 여성 보호 활동이다. 후보자는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모니터링 위원회 위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보다상담소'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22년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발족 기자회견에도 민변 성착취대응팀 신분으로 참석했는데, 당시 후보자는 성매매를 '성착취'라고 부르며 법 개정을 통한 전면적 비범죄화를 촉구했다. 그는 "스웨덴은 이미 1999년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하고 비범죄화했지만 우리는 법 제정과정에서 성착취구매자와의 기계적 형평성을 추구한 이들의 반대로 성착취피해여성에 대한 비범죄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을 두고 "성착취피해자를 자발과 강제로 나누고 피해자로 입증된 자만을 구제하겠다는 한계를 지닌다"고 짚었다. 성매매 종사자가 아닌 '구매자' 중심으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후보자는 2005년 서울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의 업소에 갇혀있다 화재로 숨진 성매매 여성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한 적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개발을 앞둔 해당 집결지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성매매 종사자 여성은 그간 처벌의 대상으로 볼지, 혹은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야 하는지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다. 여가부의 소관은 보호 쪽인데, 향후 후보자가 임명되면 종사자 구제 등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인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교제폭력은 아직 법적 정의조차 규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에 이어 지난 13일 발표된 국정과제에서도 교제폭력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전문성을 보유한 후보자는 향후 국회 등과 함께 법·제도 보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이력을 보유한 후보자 지명은 여성단체의 환영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원민경 후보자 지명을 환영한다"며 "후보자는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에서 피해자 상담, 법률지원단 조직, 공익사건 지원, 정책 제안을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 장관에 원민경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정부의 새로운 의지로 여겨진다"며 ▲교제폭력 관련 각 부처 협력 ▲비동의강간죄 개정(강간죄 요건을 동의 여부로) ▲성매매방지법 점검 등을 촉구했다.
한편 후보자는 지명 후 소감문을 통해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는 국민주권정부에서 성평등 확산, 폭력피해자, 위기 가족 등 사회적 약자 지원,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지원 정책 강화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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