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가 14일 26조원 규모의 지방 중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조기 집행을 결정하면서, 은행권이 지방 건설 경기 회복의 ‘혈관’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대규모 예산과 세제 혜택으로 막혀 있던 자금 순환을 살려 건설·부동산 경기를 동시에 부양한다는 구상이지만, 금융권은 연체율 악화와 건전성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며 제도적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SOC 확대, 지방은행에 기회와 압박 동시에
이번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은 전날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23개 국정과제 중 ‘지역경기 활성화’ 세부 조치에 해당한다. 정부는 26조원 규모의 SOC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기존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로써 1000억원 미만 사업은 예타 심사 없이 추진 가능해져 공사 착수가 대폭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지방 건설 경기를 살리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전방위로 고용과 생산 유발 효과를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건설투자가 5조원 늘면 직접 고용 3만2000명, 연관 산업 고용 2만2000명, 제조업 고용 6021명이 창출된다. 생산 유발 효과는 연관 산업 5조1000억원, 제조업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대규모 사업 확대는 지역 거점 건설사와 하청업체의 자금 수요를 촉발시켜 은행권의 기업대출 확대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가계대출 중심의 ‘이자 장사’ 관행 탈피를 압박하는 가운데,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금융 강화로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발주처와 시공사가 대부분 지역 기업인 지방 SOC 사업의 특성상, 지방은행이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방은행들은 신중한 태도다. 올 상반기 기준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북은행 1.58%, BNK경남은행 1.02%, BNK부산은행 0.94%, 광주은행 0.76%로, 전국 시중은행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손실 부담이 고스란히 은행으로 돌아올 수 있다.
◇PF 부실 리스크, 정부 안전망이 성패 좌우
정부는 SOC 사업을 통해 미분양 아파트 분양 활성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방 PF 시장은 미분양 확대와 회수율 저하로 이미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
금융권은 위험 완화를 위해 정부의 보증 확대, 손실분담제 등 제도적 장치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부실 위험 해소 장치가 담보된다면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설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민관 협력이 정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SOC 조기 집행은 단기적으로 지방 경기와 건설사의 자금 순환에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연체율 상승과 PF 부실 가능성을 관리하지 못하면 은행권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경기 부양과 금융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정부의 후속 조치가 향후 지방 건설 경기 회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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