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최교진 전 세종시교육감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원민경 인권 변호사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자리 채움이 아니라 불과 한 달 전 전임 후보자들이 잇단 논란과 도덕성 검증 실패로 사퇴한 이후 개혁 기조의 연속성과 정치적 설득력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 중대 국면에서 이뤄졌다.
두 후보 모두 현장성과 개혁성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이재명 정부가 '교육·성평등 개혁'을 동시에 밀어붙이겠다는 강한 신호로 읽히고 있지만 '편향 인사'라는 비판도 교차한다. 특히 최교진 후보자의 경우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나면서 전북교사노조는 최 후보자는 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40여 년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해 온 교육 전문가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으로 3선을 연임한 경력이 이번 교육부 장관 지명의 주요 배경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다수를 이뤘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원민경 변호사는 여성, 가족법을 전문 분야로 삼아 여성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법조인으로 사회적 약자 권익 보호에 앞장서 온 이력이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인사는 교육·성평등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두 후보 모두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했다"고 평가하며 현장성과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편향 인사"라고 주장하며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고 맞섰다.
최교진, 전교조 출신 현직 세종시 교육감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지역 균형·경쟁 완화"
3선 연임으로 '학생이 주인' 철학 유지…현장경험多
1980년대 초 교직에 입문한 최 후보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에 참여했다. 전교조 충남지부장, 수석부위원장을 지내며 교육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특히 1990년 전교조 해직 사태 당시 강단 있는 태도로 "해직은 나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발언을 남겨 주목을 받았다.
세종시 초대 교육감에 당선된 뒤 2022년까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재임 중 대표 정책은 △학급당 20명 상한제 △학무상급식 전면 확대 △학학생자치회 권한 강화 등이다. '학생이 주인'이라는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최 후보자가 제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단순한 캠퍼스 확장이 아니라 전국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연구·교육 인프라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도권 과밀화를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는 14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교육의 정상화와 균형발전을 고려해 나온 정책이 아닐까 싶다.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특정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과도하게 경쟁하는 구조를 허물고 본인이 살던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비 문제에 대해서는 공교육 정상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교육감 재직 당시 세종시의 사교육 참여율이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적에 대해 최 후보자는 "매우 아픈 지적"이라며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 경감이 정답처럼 여겨지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교육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처럼 학생들의 경쟁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육부 혼자만이 아니라 국가교육위원회 등과 함께 범국민적인 사교육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하나 빠르게 보완하고 새롭게 논의할 사안은 각 당사자들과 협의해 해답을 찾겠다"고 말했다.
원민경, 민변 출신 인권변호사 "성평등 실현…여성이 안전한 나라 만들겠다"
여성 인권 최전선에서 활약했단 평가 받아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원민경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로 시작해 성평등 정책가로 활약한 인물이다. 어머니가 여성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곧바로 민변 여성인권위원회에 합류해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무료 변론을 맡았다.
하월곡동 고시원 화재 참사 피해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등을 변호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당시 가해자 신상공개와 강력 처벌, 피해자 보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법률 자문과 입법 캠페인을 병행하며 '피해자 변호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원 후보자의 성평등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반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 차별금지법 제정, 가족 다양성 보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8일부터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해 청문회에 대비할 예정이며 원 후보자는 지명 직후 소감문에서 "여가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는 국민주권정부에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 시민단체 등 폭넓은 활동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성평등 실현이 국민 모두의 삶에 기여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올해는 기회와 권리가 보장되는 성평등 사회와 여성의 안전을 지키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음주운전' 전력·원 '페미니즘 성향' 청문회 쟁점
최 후보자의 경우 2003년 음주운전 전력을 갖고 있어 청문회에서 해당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교사노조(위원장 정재석)은 14일 페이스북에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환영하지 못한다"는 글을 올리며 "지난 2022년 전북교사노조는 박순애 장관 후보자의 만취상태의 음주 운전 이력을 문제 삼고 지명 철회를 요청한 적이 있다"며 "잣대가 달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2003년 12월 음주 운전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교사노조는 "그 당시에 택시도 많이 있었고 대리운전도 있었던 시기라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교조 출신이라는 점이 보수 진영에선 '좌편향'으로 몰아세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원 후보자의 경우 비동의 강간죄가 '무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이런 논란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성향을 문제 삼으며 '편향 인사' 우려를 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방탄 인사·진영 챙기기·보은 인사" 비판
국민의힘은 14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등 이재명 정부 내각 인선을 겨냥해 "여전히 국민이 아니라 사법 방탄과 진영 챙기기"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경력 대부분이 전교조 활동으로 장관이 된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첫 전교조 출신 교육부 장관"이라며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에게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코드인사들이 대한민국 교육을 '민주 당원 양성소'로 만들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며 "통진당, 전교조, 민변, 그리고 대통령 변호인단까지 이 정부의 사전에는 국민 통합이란 단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권력 사유화 인사를 당장 멈추고 반쪽 국민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으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 정부의 방탄과 보은 인사를 끝까지 추적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교육개혁 청신호·성평등 전환점" 긍정 평가
시민단체들은 대체적으로 두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교육대개혁 국민운동본부는 성명에서 "최교진 지명은 교육개혁의 청신호"라고 환영했으며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원민경 지명은 성평등 정책의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4일 발표문을 통해 "최 후보자가 코로나 시기 초등 1, 2학년을 대상으로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을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교사 정원 감축을 반대하고 공교육 멈춤의 날에 교사 행동을 지지하는 등 민주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교조는 "최교진 후보자는 현장 교사 출신의 3선 교육감으로 전교조 2~3대와 6대 전교조 충남지부장과 4대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유·초·중등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세종교사노동조합연맹도 14일 "교육부 장관 지명을 깊이 환영한다"며 "이번 인사가 교육부가 현장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심도 있게 수렴하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교사의 전문성과 교권 보호를 최우선에 두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지철 충남교육감도 페이스북을 통해 기대감을 표했다. 김 교육감은 "세종교육을 탁월한 지도력과 헌신으로 이끌어 온 경험이 새 정부의 굵직한 교육 난제들을 풀어 가는데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며 "대학교까지 현장의 요구를 정책에 잘 반영하고 모든 아이들이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민경 후보자의 경우도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성폭력상담소는 14일 논평을 내고 "원민경 후보자는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현장에서 피해자 상담, 법률지원단 조직, 공익사건 지원, 정책 제안을 해왔다"며 "'n번방' 공대위 법률지원팀장으로 전국에 흩어져 진행된 사건 피해자 법률지원을 조직했다"고 짚었다.
이어 상담소는 비동의강간죄 개정을 두고 "윤석열 정부가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 삭제하고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입증책임 전환'이라는 잘못된 말로 가로막았다"며 "제대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책 변화를 기대했다.
범죄 심리학자로 유명한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당협위원장도 원 후보자의 인선을 호평했다. 야당 인사임에도 여당 정부의 장관 인선을 공개적으로 환영하는 일이라 주목을 받았다.
이수정 위원장은 14일 페이스북에 "여가부 장관 인선을 환영한다. 오랫동안 범죄 피해자들을 지원해 오신 헌신적인 법률가"라고 평가하며 "무고 사건들에 대한 대안도 찾으실 것이라 기대된다"고 적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최교진 교육부장관과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해 "정책적 입장에서 두 인사 모두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권 대표는 논평을 통해 "최교진 후보자에게 현장성과 지역균형, 평등의 가치에 기반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3선 세종시교육감으로서 평생 지역에 발붙이고 살아온 최 후보자의 경력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월성과 차별적 교육이 아니라 상호존중과 평등, 민주주의, 그리고 지역균형을 중심으로 교육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오랜 숙원인 교사의 정치권 보장, 그리고 청소년 정치활동 보장을 주문하고 싶다"며 협력의 뜻을 밝혔다.
원 후보자에 대해선 "가정폭력·성폭력·사이버 성폭력·사이버 성착취 등 여성 안전을 다루는 다양한 여성단체들에서 수십 년간 활동해 온 경력에 큰 기대감을 갖는다"며 "비동의 강간죄, 차별금지법, 포괄적 성교육, 생활동반자법 등 주요 성평등 정책 의제들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권 대표는 이 대통령이 여가부 장관으로 지명한 강선우 의원에 대해 권 대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교육부·여가부 장관 인선…야당 반발 없이 무난할 것"
기자 출신 변호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최 후보자의 원 후보자 모두 현장 경험이 많아 큰 문제 제기 없이 무난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 변호사는 14일 YTN라디오 <이슈앤피플> 에 출연해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의 경우 전교조 출신에 해직 교사였다. 군사정권 때 교육 운동으로 해직의 고충을 겪기도 했는데 최종 낙점이 되게 되면 전교조 출신으로는 첫 교육부 수장이 된다"며 "세종시 교육감도 3연임으로 유권자들한테 받았다는 건 어느 정도의 행정력과 교육 행정에 대한 일가견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슈앤피플>
원 후보자에 대해선 "민변 여성회 위원장뿐만 아니라 한국 여성의 전화 등등의 여성 이슈와 관련된 지원을 계속한 평생 해 오신 분이어서 아마 무난하게 야당에서도 지금까지는 큰 문제 제기는 없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다만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국민의힘 대변인인 강전애 변호사는 "이번에 나온 인선들도 결국에는 제식구들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최교진 교육감은 전교조에서 해직을 무려 세 번을 당한 분이고 음주운전 전과가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아쉬움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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