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KF-21 전투기가 다목적 전투역량을 갖춘 ‘블록(block) 2’로 진화하며 세계 전투기 시장을 본격 정조준할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KF-21은 블록 1·2 사양으로 구분돼 개발된다. 이 가운데 블록 1은 기본적인 공대공 무장과 기본성능을 갖추고, 블록 2는 블록 1에 공대지 능력이 추가된다. 이는 유럽의 타이푼 전투기와 비슷한 개발 개념. 타이푼도 초기에는 공대공 능력을 갖춘 트렌치(tranche) 1을 시작으로 확장된 공대공 능력을 갖춘 트렌치 2, 그리고 공대지 능력이 추가된 트렌치 3으로 성능이 점차 진화하는 개념으로 개발됐다.
물론 이후 단계에서는 제한된 스텔스 성능과 유무인 복합운용체계, 편대 간 고속데이터링크 능력 등을 갖추는 데 이어 완전한 스텔스 능력과 AI(인공지능) 기반 6세대 유무인 전투기로 진화할 예정이다.
이들 단계 중 현재 개발 중인 KF-21은 공중 표적만 공격할 수 있는 블록 1 사양이다. 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무장도 사거리가 약 25km인 IRIS-T(AIM-2000)와 사거리가 200km 이상인 미티어 등 공대공 미사일로 제한돼 있다.
이런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지난 8일, 제17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F-21의 공대지 무장 능력 확보를 위한 추가 무장시험 계획을 확정했다. 이는 곧 공중 표적은 물론, 지상 표적까지 공격할 수 있는 블록 2 개발을 공식화한 것. 특히 방사청은 이 같은 계획을 당초 2028년에서 2027년 전반기로 앞당겨 KF-21의 진화도 더욱 빨라지게 됐다.
KF-21이 공대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대폭 확대된다. 기존 공대공 무장에 공대지 무장까지 추가되면서 KF-21은 명실공히 다목적 전투기로 진화하게 되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히 KF-21에는 무장을 장착할 수 있는 무장장착대가 10개소로, 여기에 약 7.7톤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현재 KF-21이 운용할 구체적인 공대지 무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향후 KF-21이 탑재할 대표적인 무장으로 사거리가 500km 이상으로 알려진 국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천룡’이 꼽힌다. 방위사업청이 ‘장거리공대지유도탄 2차 사업’을 통해 개발 중인 천룡은 KF-21에 탑재돼 적 후방의 핵심표적을 먼 거리에서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
공군은 앞서 1차 사업을 통해 F-15K 전투기용으로 사거리 500km 이상급인 ‘KEPD 350 타우러스’ 미사일을 독일로부터 도입해 북한의 지하 시설이나 미사일 기지, 지휘부 등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데 운용하고 있다.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국산 공대함 미사일도 KF-21에 탑재될 전망이다. ‘공대함유도탄-Ⅱ 사업’을 통해 내년부터 2035년까지 총사업비 약 5641억원을 들여 개발하는 국산 공대함 미사일은 사거리 300km, 속도는 마하 2.5(시속 약 3060km)에 달한다. 또한 레이더반사면적(RCS)을 줄이기 위한 디자인과 마하 2 이상의 속도에서 적합한 램제트 추진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합동직격탄(JDAM), 한국형 GPS 유도폭탄(KGGB) 등 정밀유도폭탄도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KF-21이 다목적 전투기로 진화할 예정인 가운데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도 KF-21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오래된 전투기를 교체해야 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 중 고성능 전투기로 대체하는 국가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국가들도 적지 않아 이러한 시장 변화가 KF-21과 같은 가성비 높은 전투기에 대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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