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호수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지만, 멕시코 호히밀코 호의 물속은 텅 비어간다. 한때 이곳을 가득 메웠던 아홀로틀이 더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우파루파’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 도롱뇽은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아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고향인 야생에서는 보기 힘든 멸종위기종이 됐다.
'우파루파'로 유명해진 '아홀로틀'
우선 우리에게 '아홀로틀'이라는 이름보다 '우파루파'가 더 익숙한 이유는 일본에서 시작된 명칭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아홀로틀을 '우파루파'로 부르는데, 이는 1985년 아홀로틀이 TV 광고 등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얻게 된 상업적 명칭이다. 발음이 쉽고 귀여운 느낌을 주어 어린이와 반려동물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 명칭은 이후 한국 등 다른 나라에 전파되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본래 고향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아홀로틀의 서식지는 멕시코시티 인근 호히밀코 호와 찰코 호다. 하지만 도시의 상수도 공급 확대, 농업용수 사용, 외래 어종 유입, 수질 악화가 이어지면서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 찰코 호에서는 이미 개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호히밀코 호에서도 개체 수는 빠른 속도로 줄었다.
1998년 조사에서는 약 6000마리가 확인됐으나, 2003년에는 1000마리, 2008년에는 100마리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3년 4개월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가 끝나고 한 달 뒤, 호수 주변 수로에서 겨우 2마리가 포착됐다. 멕시코 정부는 종 보존센터를 세우고 보호에 나섰지만, 2020년대 호히밀코 호에 남은 야생 개체는 약 35마리로 알려졌다.
신비하면서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
아홀로틀은 성체가 돼도 유생 시절의 외부 아가미를 유지한다. 이런 ‘유형성숙’은 서식지의 아이오딘 함량이 낮아 갑상샘자극호르몬 분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다. 아이오딘을 주입하면 육상 생활이 가능한 일반 도롱뇽 형태로 변태하지만, 이렇게 변한 개체는 보통 1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몸길이는 보통 20~30cm이며 최대 45cm까지 자란다. 뇌와 심장 등 주요 장기까지 재생할 수 있고, 다른 개체의 장기를 이식해도 거부 반응이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재생 의학, 발생학, 유전자 연구 분야에서 실험동물로 쓰인다.
인간에게 애완용·실험용으로 키워지는 아홀로틀
아홀로틀은 전 세계에서 수천만 마리가 사육된다. 애완용과 실험용이 대부분이며, 순수한 야생 개체는 드물다. 범무늬도롱뇽이나 앤더슨도롱뇽과의 교잡, 형광단백질 유전자 삽입 등 인위적 개량이 이어져 인간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는 1980년대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현재는 수족관이나 파충류 전문점에서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하지만 이런 사육 개체의 풍부함이 야생 보전과는 무관하다. 호히밀코 호의 개체 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아홀로틀은 완전한 수생 생활을 한다. 적정 수온은 16~20℃로, 25℃를 넘으면 아가미가 손상될 수 있다. 먹이는 실지렁이, 모기 유충, 작은 물고기가 적합하다. 유생 시기에는 동족 포식이 심해 개별 사육이 안전하다. 바닥재는 삼키지 않도록 고운 모래를 쓰거나 바닥재 없이 키우는 경우가 많다.
아홀로틀은 밝은 빛을 싫어한다. 은신처를 제공하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다른 어종과 합사는 위험하다. 특히 공격성이 있는 육식어류나 메기목 어종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문화 속에 존재하는 여러 색깔의 아홀로틀
아즈텍 신화에는 숄로틀 신이 희생을 피하려 변신을 거듭하다 물속 도롱뇽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과거 멕시코에서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먹었고, 일본에서는 식용 양식에 성공해 튀김과 덮밥으로 판매한 사례도 있다.
사육 개체는 색상이 다양하다. 야생 개체의 주를 이루는 마블도 키울 수 있으며, 화이트 핑크(루시스틱), 알비노, 멜라노이드, 골든이라는 종도 있다. 이들은 각각 색깔이 다르며, 특히 루시스틱은 귀여운 외형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에도 등장하며 인지도가 가장 높다.
아홀로틀은 ‘피터 팬 도롱뇽’이라는 별명처럼 성체가 돼도 어린 시절의 모습을 간직한다. 그러나 고향 호수에서 이 모습을 볼 날은 점점 줄고 있기에 야생 개체의 각별한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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