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펄어비스의 차세대 AAA급 콘솔게임 ‘붉은사막’이 또다시 출시 연기를 발표하며 게임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3일 펄어비스는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붉은사막의 출시일을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한 분기 더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허진영 펄어비스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첫 AAA급 콘솔 게임 론칭 준비 과정에서 유통, 보이스오버, 콘솔 인증 등 여러 파트너사와 협업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됐다. 내부적으로는 2026년 1분기 출시로 확정했다”며 “약속했던 4분기 일정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붉은사막은 2019년 11월 지스타 게임쇼에서 첫 공개됐다. ‘검은사막’으로 MMORPG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펄어비스가 완전히 새로운 IP로 도전하는 싱글플레이 오픈월드 RPG였다. 당시 펄어비스는 “현존하는 오픈월드 게임을 뛰어넘는 퀄리티”를 약속하며 투자자와 게이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자체 개발한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통해 구현되는 그래픽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으며 특히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PS) 독점 계약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주목받았다. 하지만 펄어비스는 특정 플랫폼 독점보다 직접 퍼블리싱을 선택하며 이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초기의 압도적 기대감과 달리 붉은사막은 지속적인 연기를 거듭했다. 2021년 7월 첫 연기가 발표된 이후 2023년 게임스컴에서야 첫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를 공개했고 지난해 8월에는 올해 4분기 출시를 재확인했지만 결국 올해 8월 또다시 연기를 발표하게 됐다. 개발 기간만 따져도 2018년 하반기 개발 시작부터 현재까지 7년 이상이 소요되고 있으며 최초 출시 목표인 2021년 4분기로부터는 이미 4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이은 출시 연기는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 컨퍼런스콜 질의응답에서 한 참석자는 “붉은사막이 몇 년째 미뤄지고 있다. 내년 1분기 출시도 과연 믿어도 되는 건가. 몇 차례나 미뤄지면서 신뢰가 많이 무너지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일정 변경이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펄어비스가 과거 권고사직 논란, 노동법 위반 적발 등으로 이미 기업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핵심 프로젝트마저 반복적으로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연기 발표 직후 시장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13일 실적발표 후 펄어비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17% 폭락한 2만96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펄어비스가 2021년 상장한 이후 겪은 최대 하락폭으로 게임 출시 지연으로 인한 주가 하락치고는 이례적인 낙폭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붉은사막이 국내 지스타뿐 아니라 게임스컴 등 글로벌 게임쇼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음에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붉은사막 연기 발표와 함께 공개된 2분기 실적 역시 시장 기대를 하회했다. 펄어비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96억원, 영업손실 118억원, 당기순손실 227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전분기 대비 4.9%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광고선전비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현재 매출의 82%를 해외에서 발생시키고 있지만 신작 부재와 비용 증가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붉은사막 출시의 연기는 올해 펄어비스의 실적 전망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주력 IP인 검은사막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대작 붉은사막 출시도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올해 실적 개선 요인이 사라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후 펄어비스의 4분기 예상 매출을 3240억원으로 예측했지만 붉은사막 연기 발표 후에는 770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붉은사막의 상황에 대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발생한 시행착오로 보는 시각이 많다. 펄어비스는 PC MMORPG 검은사막으로 성공했지만 싱글플레이 콘솔 게임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이라는 것이다. 콘솔 인증, 오프라인 유통, 다국어 보이스오버 등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며 이러한 경험 부족이 연이은 연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이버펑크 2077’의 사례처럼 많은 기대를 받던 게임이 미완성 상태로 출시될 경우 오히려 더 큰 이미지 추락과 흥행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실적보다는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허진영 CEO는 “내부적으로 출시 일자를 확정한 만큼 최대한 일정 관리를 철저히 해 한 분기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반복된 연기 이력으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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