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총기살해 父, 살상력 높이려 실탄 개조 ‘계획 치밀’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사제 총기로 아들을 쏴 살해한 60대가 범행 2개월 전부터 사전답사를 하고 아들 살해 일정을 변경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실탄을 개조하기도 했다.

인천지검은 14일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조모씨(62)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혐의가 있는 조모씨가 7월30일 검찰 송치를 위해 인천논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 뉴스1 제공)

검찰은 조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데이터 통신 내역, 공유자동차 이용, GPS 내역, 인터넷 쇼핑몰 구매 내역 등을 분석해 조씨가 범행 1년 전부터 사제 총기를 제조해 왔고 2개월 전부터는 공유자동차를 이용한 운전연습, 사전답사 등을 한 것을 확인했다. 조씨는 범행 1주일 전에도 사제 총기로 아들(33)을 살해하려고 했다가 일정을 변경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씨는 20여년 전 중고거래를 통해 구입한 산탄 실탄 180여발을 소지하고 있다가 지난해 8월께 유튜브를 통해 총기 제작 방법, 산탄 개조 방법을 습득했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쇠파이프를 재단해 총기를 제조했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실탄도 개조했다.

그는 또 전 처 A씨와 아들과 함께 살았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 있는 A씨 소유물 등을 불태워 없애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8월께 유튜브를 통해 시한폭탄과 발화장치 제조방법 등을 습득했다. 이후 지난달 20일 오후 5시께 전류를 이용해 발화장치, 솜과 시너(34ℓ)에 순차적으로 불이 옮겨붙도록 쌍문동 주거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검찰은 폭발물 발화장치가 계획대로 작동했으면 화재로 인해 18세대의 이웃에 대한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으로 위험의 심각성을 고려해 경찰이 조씨에게 적용했던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를 현주건조물방화미수죄로 변경해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법리를 검토해 피고인이 자동 발화장치의 타이머를 설정하는 행위를 방화범행 실행의 착수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씨가 이번 범행은 하게 된 것은 전 처 A씨와 아들의 경제적 지원 중단에 따른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씨가 일정한 직업 없이 A씨와 아들로부터 매달 지원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던 중 이중으로 지원받은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A씨와 아들이 2023년 말경부터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자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씨는 경제적 지원 중단으로 유흥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돈이 모자라게 됐고 별도의 사실관계 확인 없이 A씨가 아들과 함께 자신을 속이고 고립시킨다는 망상에 빠져 A씨가 사랑하는 아들과 그 일가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복수를 결심해 범행한 것을 확인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9시30분께 인천 연수도 송도동 아들 집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가정교사와 며느리, 손자 2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또 같은 날 오후 5시께 자신의 주거지인 쌍문동 집에서 건전지와 시너 등을 이용해 폭발물을 설치하고 다음 날 낮 12시께 터지도록 타이머를 설정한 혐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