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북극항로가 물류 혁신을 넘어 수산·에너지·광물 자원 확보의 새로운 통로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해역 접근성이 높아지고, 국제 사회의 북극 자원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극해 에너지·광물 자원 매장 잠재력 주목
14일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북극에 전 세계 미개발 천연가스의 30%(47조㎥), 액화 천연가스의 20%(440억 배럴), 원유의 약 13%(900억 배럴)이 각각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북부 연안, 알래스카, 그린란드 주변 해역은 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북극에는 석유·가스뿐 아니라 니켈·코발트·희토류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광물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그린란드는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 상위권에 속하며, 일부 지역은 확인된 매장량만으로도 수십 년간 세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반도체, 방산 등 핵심 산업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다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원 안보에 모두 기여할 수 있다.
주요국, 북극 자원·항로 선점 경쟁 가속
이 같은 잠재력을 두고 주요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쇄빙선 전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 말 민간 쇄빙선 ‘아이빅(Aiviq)호’를 인수해 ‘USCGC 스토리스’로 재편성했고, 2025년 8월 알래스카 주노에 배치했다. 이 선박은 알래스카 해역과 북극해에서 연중 임무를 수행하며, 항로 감시와 호송 임무를 맡는다. 최근에는 쇄빙선 15척을 추가 확보해 자원 수송과 항로 지배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중국은 운항 경험 축적과 실질적인 물류 네트워크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3년 러시아와 북극 개발 협력을 시작한 뒤, 2020년대 들어 상업 운항을 본격 확대했다. 2023년부터는 북극항로를 통한 정기 화물 운송에 나섰으며, 2024년에는 야말 LNG 프로젝트로 중국행 LNG 수송을 35회 이상 수행했다. 북극항로를 ‘북극 실크로드’로 발전시켜 아시아-유럽 간 운송 기간 단축과 자원 확보 경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인프라 투자와 전략 자산 확보를 병행한다. ‘북극 전략 2035’에 따라 2035년까지 LNG 기지, 해저 송유관, 항만·공항 확충에 39조 원을 투입하고, 2030년까지 ‘리더급’ 원자력 쇄빙선을 완성할 계획이다. 리더급은 4m 두께의 얼음을 깨며 대형 상선을 호송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성능의 쇄빙선으로, 북극항로를 연중 운항 가능하게 할 핵심 전력으로 평가된다.
북극 진출 역량 보유…수익성·제도 뒷받침 필요
한국은 남극·북극에서의 과학 연구 경험과 일부 극지 운항 실적, 세계적인 쇄빙 LNG선 건조 기술, 차세대 쇄빙연구선 확보 계획을 이미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이 곧바로 자원 개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국제 컨소시엄 참여, 국내 탐사·연구 인프라 확충, 관련 법·제도 정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같은 강대국들의 움직임 속에서 한국의 위치도 주목된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북극 연구에 참여해왔으며,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 설치한 다산과학기지를 중심으로 기후·해양·생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극지 운항 실적과 세계적인 쇄빙 LNG선 건조 기술, 차세대 쇄빙연구선 확보 계획도 갖추고 있지만, 이러한 역량이 곧바로 자원 개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화 단계로 나아가려면 경제성 확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북극 자원 개발은 초기 투자비와 인프라 구축·유지비가 막대해 단기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북극항로와 자원 개발, 운송·가공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산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연구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재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 성장 가능성 큰 북극, 민간 투자 촉진이 관건”
전문가들도 북극 자원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잠재력이 크다고 보면서도, 초기 경제성 한계와 민간 참여 제약을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 발전 시 안정적 자원 확보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선 정부의 세제 혜택·R&D 지원·투자 안전장치 등 종합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교수는 “북극해에는 다양한 자원이 매장돼 있어 장기적으로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지금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한다면, 향후 기술 발전으로 경제성이 확보될 때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업 초기에는 경제성이 낮아 민간기업의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세제 혜택, 연구개발(R&D) 지원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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