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주와 지역 공동체가 함께 푸른 황금숲을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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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주와 지역 공동체가 함께 푸른 황금숲을 일구다

이데일리 2025-08-14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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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경남 의령 응봉산 전경. (사진=박진환 기자)


[의령=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삼성그룹 고(故) 이병철 회장과 LG그룹 고(故) 구인회 회장, 효성그룹 고(故) 조홍제 회장은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이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향이 경남 의령이라는 점이다.

이 회장은 마산에서 정미소 사업을, 구 회장은 진주에서 포목점을, 조 회장은 마산에서 철가공업체를 생애 첫 사업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궜다.

의령은 경남 영산, 삼가, 함안, 진주의 정중앙에 자리잡은 도시로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서부 경남의 교통 요충지였다.

의령에는 부자의 기(氣)를 준다는 전설의 바위, ‘솥바위(정암)’가 있다. 옛부터 이 일대에서는 ‘솥바위, 주변 20리(8㎞) 안에 큰 부자가 나온다’는 전설이 있었고, 실제 삼성과 LG, 효성그룹의 창업주가 모두 이곳 출생이다.

경남 의령군는 전설과 이들 기업인들의 스토리를 이어 ‘부자 뱃길 투어’ 및 ‘리치리치페스티벌’ 등 부자를 테마로 한 관광·축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부자 뱃길 투어’는 거부 탄생을 예고한 솥바위와 소원을 이룬다는 탑바위, 이병철 회장 생가 등 부자 기운 넘치는 관광지 5곳을 문화해설사와 함께 무동력 배에 탑승해 8.5㎞ 구간을 1시간 동안 둘러보는 코스다.

또 ‘의령에서 부자되세요’라는 슬로건으로 매년 리치리치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경남 의령 응봉산에서 열린 산림축제에서 방문객들이 명품숲을 걷고 있다. (사진=의령군산림조합 제공)




◇2019년부터 응봉산에 843㏊ 규모 선도산림경영단지 조성…전국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 손꼽혀

우리나라 산림의 66%는 사유림이다. 사유림의 경영활성화는 산림경영의 활성화로 이어지지만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사유림의 산림경영계획작성률은 23.4%에 불과하다.

국내 산림의 절반은 경영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2014년부터 선도산림경영단지를 공모, 현재 전국 29개소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도산림경영단지는 영세한 사유림을 집단·규모화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성공적인 산림경영모델을 개발·확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유림 경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선도산림경영단지는 산주의 무관심, 정보나 재원 부족 등으로 방치돼 온 산림의 가능성을 직접 보여주고, 교육, 기자재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산주들의 산림경영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이 중 경남 의령 응봉산 선도산림경영단지는 전국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응봉산 선도산림경영단지는 ‘혼자 가면 길이 되지만 함께 가면 역사가 된다’는 슬로건으로 그간 산림경영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산주와 지역주민이 산림조합, 지방자치단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산림과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의령군산림조합이 신규 산림경영지도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의령군산림조합 제공)


2019년부터 응봉산 선도산림경영단지 조성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의령군산림조합은 응봉산에서 명품 소나무 숲가꾸기(75㏊), 편백 경제림 조성(127㏊), 밤나무 특화림 조성(20㏊), 두릅 특용수림 조성(2㏊), 청미래 조성(1㏊) 등 모두 843㏊ 면적에서 산림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소나무 등 77%의 천연림에 편백과 상수리, 고로쇠, 헛개 등을 식재해 건강하면서도 아름다운 숲을 완성시켰다.

2028년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모두 75억이 투입된다.

의령군과 의령군산림조합은 270여명의 산주, 지역주민들과 함께 산림을 모범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결과, 2023년에는 경상남도 주관으로 실시한 선도산림경영단지 평가에서 ‘최우수단지’로 선정됐다.

경남 의령 응봉산에서 봐라본 마을 전경. (사진=박진환 기자)


◇황금부자숲 조성…산림의 생산·치유·체험 등 가치 구현 2023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선정

의령산림조합은 응봉산 선도산림경영단지를 조성한 뒤 단지 내 황금부자숲을 조성했다.

의령 출신인 기업인들의 성공과 부를 테마로 한 황금부자와 숲을 연계한 일종의 기획이었다.

이 기획은 대성공을 거뒀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도산림경영단지로 손꼽히는 응봉산 황금부자숲은 2023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도 이름을 올렸다.

경남 의령 응봉산 선도산림경영단지 내 황금부자숲에 설치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입간판. (사진=박진환 기자)


산림청 평가에서 응봉산 황금부자숲은 산림의 생산·치유·체험 등 다양한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조성돼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 임산물 소득원 향상과 재배 기술 증진을 위해 산림 텃밭을 주민에게 분양하고, 황금회화나무·황금사철나무 등을 심어 경관도 빼어나게 꾸민 것도 한몫했다.

응봉산 선도산림경영단지는 기존 임도 내 산림경영작업장을 설치,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단지 여건에 맞는 맞춤형 숲 리모델링을 통해 집약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 숲속토론장 설치, 국내 최초 880m 산지 하트형 임도 개설, 순환형 부자숲길 개설 등을 추진한 결과, 산림청에서 실시한 2021년 선도산림경영단지 평가에서 전국 1위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의령군산림조합은 생산과 치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산림문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부자산림텃밭 분양사업을 추진, 대성공을 거뒀다.

명품 소나무 숲가꾸기 사업지 11㏊ 일대에 산주와 산림조합간 10년의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이곳에 500평에 달하는 개별 분양지를 조성한 것이다.

500평의 텃밭은 10평씩 모두 50명에게 분양됐으며, 산지를 소유한 산주와 텃밭을 분양 받은 임업인, 지역주민 모두가 ‘부자’가 된다는 희망적인 취지이다.

장진원 의령군산림조합 선도산림경영과장이 응봉산 황금부자숲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장진원 의령군산림조합 선도산림경영과장은 “이곳에서 재배하는 밤은 당도가 높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청미래도 지역 특산품으로 향후 큰 수익 사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 과장은 “산주, 지역주민들과 협동조합을 결성해 소득 증대에 노력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산과 나무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산림교육을 진행,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 초기에는 숲가꾸기 조차 힘들었지만 이제는 산주는 물론 지역주민들이 앞장 서서 숲 지킴이 역할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숲가꾸기와 임도가 산불과 산사태의 주범’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빽빽하게 즐비한 나무를 정비하고, 숲의 밀도를 조절해주는 동시에 인력과 장비를 이동하기 위한 임도가 산불 진화에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현장에 와 보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장 과장은 “선도산림경영단지 사업의 성과에 대해 산주, 지역주민 모두 만족하고 있어 이 사업이 대상지를 조금 더 넓혀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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