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공급자 중심으로 파편화되어 있는 예산을 수요자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실에서 재정 분야 민간 전문가와 예산을 편성하는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실무공무원과 함께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를 갖고 영유아 대상 각종 수당을 아동 기본소득으로 통폐합하자는 의견에 공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우석진 명지대 교수의 유사·중복 복지제도 개선 관련 제안을 경청한 후 "정말 좋은 이야기 같다"며 "정말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디딤씨앗통장, 청년도약계좌, 내일저축계좌 이런 원래 있던 것의 신규 가입은 중단된다. 우리아이자립펀드, 미래적금 쪽으로 다 통합이 되는 개념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각종 지원금, 바우처 등 복지사업을 대상자가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청주의 이거 매우 잔인한 제도 아닌가. 대상자가 되면 당연히 지급하고, 신청을 안 했다고 안 주고 이러니까 지원 못 받아서 (사림이) 죽고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임호근 보건복지부 정책기획관에게 "정부가 국민을 위해 지출할 때 대상자가 정해진다. 왜 굳이 신청 제도를 운용하는가"라며 "정보화 사회라서 다 알고 있다. 쫙 지급하고, 안 받겠다는 사람은 반납하면 되는데 왜 굳이 신청하게 해서 행정력을 낭비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청을 안 하는 사람만큼 재정이 절감되니까 그걸 노린 게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당연히 지급하는 것과 신청하면 지급하는 것은 다르다"고 거듭 말했다.
이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정작 (복지) 제도 안에 포섭 안 된 사람들은 찾기 힘들어서, 기본적으로 해당되는 (사람들을) 찾고 지급하는 노력을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고, 본인이 거절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지급을 안 하는 것으로 하면 굉장한 대전환"이라며 "철학 자체가 다른 건데 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기재부는 '26년 예산 지출구조조정 및 국민주권예산 제안내용 반영계획'을 발제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총액 기준 27조 원가량을 절감해 역대 최고 수준의 절감액이라고 말했다.
재량지출 예산에서 25조 원, 의무지출예산에서 2조 원이 줄었다. 사업별로는 구조조정 대상 사업 1만 7000개 가운데 4400개 사업에서 감액했고, 행사비·홍보비·행정경비 등에 대해 별도의 절감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공공부문 효율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출장을 최소화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해 국세청에서만 55억 원의 여비를 절감했고, 대학지원사업을 통폐합해 운영비 68억 원을, 연례행사나 홍보비 관련 지출 479억 원을 각각 절약했으며 우체국 재건축 사업은 민자사업으로 전환해 1000억 원을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정출연 소규모 수탁과제 중 약 5000억원 상당의 사업을 100여 개 대형 과제로 전환, ODA 기금에서 1조 원 감축, 농산물 오프라인 유통 지원금을 줄여 온라인 유통 활성화에 지원, 화석연료 지원금 1000억 가량 절감해 신재생에너지에 투자 등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유 실장은 "의무지출 절감은 다소 미흡했다"며 교육교부금, 실업급여 제도, 쌀 직불금 등에 관해서는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발표 후, 민간전문가로 자리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출 구조조정안에서 큰 액수만 제시하기보다 전체 리스트를 공개해서 구체적인 내역을 보고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확정된 것을 공개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한 국가 예산에 대한 감시나 연구가 부족하다며 민간단체 등에 정부 용역을 의뢰해 예산의 적절성·효율성을 점검하는 제도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진 민간전문가 제안 및 토론에서 정 소장의 재정지출구조조정 방안 제안을 경청한 후 "다음 단계로는 공공기관 통폐합도 좀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김 정책실장에게 "챙겨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 대변인은 "방만한 운영을 하는 공공기관은 그 자체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의미가 포함된 발언"이라며 "존재 가치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공공기관이라면 과감한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지방정부의 금고 선정과 이자율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안을 주목하며, 정부 차원에서 조사해 공개 가능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주제 토론에서는 친일파 재산 1500억 원을 환수하는 방안, 자산 가치가 수천억 원으로 추정되는 국가보훈부 소유 '88 골프장' 매각하는 방안, 지방자치단체가 묵혀둔 잉여금을 농협에 맡기면서도 지나치게 낮은 이자를 받는 문제 개선안 등이 논의됐다.
또한 지자체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불필요하게 미리 챙겨두는 관행과 이른바 '깡통 산단(산업단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이날 마지막으로 박정민 기재부 예산정책과장에게 발언권을 준 이 대통령은 박 과장이 "국민 입장에서 진짜 필요한 사업이 뭔지 가서 다시 한번 체크하고 국민 입장에서 효능감 높일 수 있는 내년도 예산 될 수 있도록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실제 성과를 내서 조기 승진하는 방향을 한번 검토해 보시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한편 이 대통령이 이날 "지금 씨를 한 됫박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다 씨를 뿌려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국채 추가 발행을 시사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강 대변인은 "저는 (국채 발행이) 과한 해석이 아닌가 싶다"며 "재정에서 낭비되는 부분을 줄이고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해야 한다. 낭비성 재정을 줄여서 효율적이고 의미 있는 재정을 만들기 위해 간담회를 연다는 말씀으로 이어져 꼭 그렇게 (국채 추가 발행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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