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 은행들이 신입직원 채용과 관련해 심각한 '딜레마'(Dilemma,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 때문에라도 고용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지만 정작 채용하자니 불확실성 리스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MZ세대 신입직원들의 무기력·무책임 행태에 기인한 각종 부작용이 이러한 고민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용한 퇴사' '승진 거부' MZ세대 은행원 '퇴사 러시' 빈번, 각종 금융사고 저지르기도
최근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용한 퇴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조용한 퇴사'는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진 않지만 퇴사에 가까운 마음가짐으로 최소한의 업무만을 수행하는 태도를 일컫는 신조어다. 구인구직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MZ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79.7%)이 '조용한 퇴사'를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MZ세대 직장인들은 승진에 대한 열망도 거의 없다시피 한 편이다. 심지어 스스로 승진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균형 잡힌 삶을 위해 영원히 대리 직급에 머무른다'는 의미를 지닌 '웰빙대리'(웰빙+대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잡코리아가 MZ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8%가 임원 승진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승진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전체의 43.6%를 차지했다. 이어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다'(13.3%), '임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11.1%), '회사생활을 장기간 지속하고 싶지 않다'(9.8%)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은행권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W은행에 재직 중인 입사 3년차 은행원 진성호 씨(30·남·가명)는 "승진을 하게 되면 책임과 업무 강도가 크게 늘어나 워라밸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아 승진 자체에 생각이 없다"며 "주변에도 돈은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투자로 버는 방법 외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월급만 제 때 받을 수 있을 정도만 일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과 태도를 단순히 개인의 성향 정도로 치부하기엔 부작용의 수위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회사나 일에 대한 무관심이 이직이나 개인의 일탈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과 개인의 일탈은 조직 내 사기 저하는 물론 회사 전체에 실질적 비용과 기회비용 부담을 키우는 심각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난해 각 금융지주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이직률은 예외 없이 타 연령층을 크게 앞섰다.
일례로 지난해 한 금융지주의 30세 미만 직원의 이직률은 11.19%로 ▲30세 이상~50세 이하(1.42%) ▲50세 초과(10.04%) 등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30세 미만 직원의 경우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대부분 자발적인 퇴사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99사를 대상으로 '직원 채용 시간과 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원 1인 채용 과정에 평균 32일, 약 12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MZ세대 은행원들이 저지르는 각종 사건·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경기 의왕시의 A은행 영업점에서는 신입행원 B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회에 걸쳐 수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C은행 한 지점에서 대리급 직원 D씨가 개인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삿돈을 빼돌리다 적발되기도 했다. H은행 지점장 최현식 씨(55·남·가명)는 "요즘 젋은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부쩍 늘었는데 '인식이 태도를 결정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평소 그들이 회사에 대해, 또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얼추 짐작이 간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역시 MZ세대 직장인에 속한 젊은 은행원들의 무기력·무책임 행태에서 비롯된 부작용의 수위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동 배제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 은행원들의 무기력한 업무 태도는 단순히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내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현상이다"며 "미래 인재로 불리는 이들이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을 일삼다 보면 결국 조직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과 발전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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