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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버스 2위 제조사 피라인모터스 김만용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한 상황에서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까지 ‘중국산 전기버스’ 문제를 직접 언급하자 피라인모터스가 부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 승인 전기버스 보조금도 환경부 인증도 지연”
김 대표는 “피라인모터스는 국내에서 전기버스 설계 및 부품 선택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중국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장에서 완성차를 생산해 왔다”며 “이후 국산화 및 자립생산체계구축을 목표로 지난해 2월 화성에 4000평 규모의 공장을 준공하고 올해 충남 서천군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국내생산 전환을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축과 핸들조향장치, 에어컨, 히터 등은 현대차와 동일한 브랜드의 제품을 쓰고 있다”며 “환경부 전기버스 주요 부품 원가 조사 당시에도 (피라인모터스 제품이) 현대차와 원가가 비슷하게 나온 이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중국산 버스 문제를 거론한 뒤, 피라인모터스가 지자체에서 승인받은 전기버스 42대의 보조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차량 출고가 지연되면서 자금 압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기업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전기차 보조금이 특정 대기업에 치우쳐 있는 구조에서는 중소 제조사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하청 공장에서 생산하던 주력 전기버스 모델 4개 차종 라인업을 올해 하반기부터는 모두 국내 생산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국토부와 환경부 등 인증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中 전기버스에 보조금 쏠림?…국산이 90%대”
김 대표는 중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이 과도하게 지급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특히 2023년 기준 수입 전기버스가 보조금의 절반가량을 수령했다는 내용에 대해 “현대차 납기 지연과 코로나의 영향으로 2023년 일시적으로 수입산 등록이 증가했으나 정부 제재 등 영향으로 2024년부터는 수입 전기버스가 차지하는 보조금 비중이 다시 28.9%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20.4%까지 내려왔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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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인모터스가 공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산 친환경버스(전기+수소)에 지급된 환경부 구매보조금은 지난 2021년 67%에서 올해 6월 기준 93%까지 상승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현대차에만 85%가 지급됐다.
반면 수입 친환경버스의 보조금 수령 비중은 2023년 30.7%에서 2024년 13.5% 수준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 말 기준 6.8%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누적 등록대수 기준 점유율 비중은 국산이 67%에서 66%, 수입산이 33%에서 34%로 거의 유사한 수준이지만 보조금 비중은 크게 변화한 셈이다.
이 시기 정부가 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저가의 중국 전기버스들은 시장에서 이미 퇴출됐음에도, 피라인모터스에 대한 ‘저가 중국산’ 프레임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중국산 전기버스 때문에 한국 전기버스 업체들이 도태됐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의 전기버스 제조업체는 처음부터 에디슨모터스(현 KGMC), 우진산전, 현대차뿐이었고 이는 현재도 변동 없다”고 반박했다.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역시 국내 산업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보조금 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설계되면 나머지 제조사들은 기술 투자 여력이 적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시장에 다양한 제품과 가격대의 전기차가 공급되지 못해 경쟁력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정부가 세그먼트별로 제조사를 골고루 지원해야 캐즘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피라인모터스는 공장 설비 투자와 부품 공급망을 국내로 집중시키고, 내년에는 올해 초 철회했던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급격한 원가 상승 등으로 기대했던 실적에 미치지 못했으나 올해는 국산 전기버스 출시, 수도권에 집중됐던 영업망 확대, 신사업 등을 통해 보다 나은 사업구조로 IPO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보조금 승인이나 국산화 인증의 지연 철회 조치만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구조, 합리적인 행정 기준, 산업적 특성에 기반한 정책 설계”라며 “이 사안을 외면할 경우, 단순히 전기버스 산업을 떠받쳐 온 중소기업 하나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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