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산업연구원(KIET)은 13일 발표한 ‘한일 FTA 추진 시 예상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수준의 개방이 이뤄질 경우 일본산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 54개 유관세 품목, 연평균 227억 달러 수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 수입 100대 품목 중 54개가 현재 유관세 상태다. 이들 품목에는 석유화학, 플라스틱, 전기기계류,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 핵심 소재·부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최근 3년간 해당 품목의 연평균 수입액은 227억 달러로, 전체 대일 수입의 45.5%를 차지한다.
KIET는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일본 제품과의 가격 격차가 확대되면서 수입 증가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수출 효과 제한…무역수지 적자 심화 전망
반면 한국의 대일 수출 100대 품목 중 일본 측이 관세를 인하할 수 있는 품목은 24개에 불과하다. 이들의 수출액은 최근 3년 평균 110억 달러로 전체 대일 수출의 37.1% 수준이다.
KIET는 “일부 플라스틱·화학 제품을 제외하면 관세 인하 효과가 크지 않고, 석유제품 등 주요 수출품의 경우 이미 일본 관세율이 1% 이하로 낮아 FTA로 인한 수출 확대는 제한적”이라며 “무역수지 적자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는 무역수지 감소만으로 FTA 추진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와 기업 후생, 생산성 향상, 공급망 안정성 등 경제 전반의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정환 KIET 부연구위원은 “한일 FTA는 양국 제조업 분업 구조 속에서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신통상 의제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며 “경제 갈등 완충 장치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 CPTPP 수준 개방 가능성…피해산업 선제 지원 필요
현재 양국 간 관세 체계는 2022년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일 FTA가 재추진될 경우 CPTPP 수준의 개방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PTPP의 관세 철폐 비율은 80~100%에 달하며, 즉시 철폐 품목도 많다.
보고서는 “무역수지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약 업종에 대한 선제 지원과 산업 구조 전환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며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단계적 개방이나 별도 협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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