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기축통화' 꿈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금융 판도라 상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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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기축통화' 꿈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금융 판도라 상자될까

한스경제 2025-08-13 11: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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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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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국내 6대 시중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본격 가동하며 K-콘텐츠 산업의 결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한류 팬들의 소액 국경 간 결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여권 내에서도 통화주권과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은행권 국채로 안정성 확보···한류 업계 결제 혁명 기대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농협·수협·기업 등 6대 은행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구체화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이 발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준비자산으로 단기 국고채를 100%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 김병기 금융안정국장과 국제결제은행(BIS)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법정통화 결제 시스템 외부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무분별하게 확산될 경우 금융시장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비은행권의 단독 발행보다 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를 선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K-팝, 웹툰,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나 자료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동시에 기록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고 한 번 기록되면 사실상 삭제할 수 없는 '디지털 장부' 기술이다.

이런 기술적 토대를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서는 혁신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워터밤 서울' 행사에서는 약 2000장의 블록체인 티켓을 발행해 암표 거래를 방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성공 사례에 힘입어 SK플래닛은 공연 티켓 발급부터 양도, 검증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스마트컨트랙트(디지털 계약)를 통해 재판매 한도와 양도 수수료를 자동 관리하는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해시드오픈리서치 오태민 리서치 헤드와 포필러스 김준혁 대표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해외 팬들이 환율 변동 위험 없이 K-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고, 국내 기업들은 환전 수수료와 결제 취소(차지백)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60%를 넘는 네이버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은 실시간 정산과 자동 환불이 가능한 서비스 모델 구현을 기대하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게이머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결제하면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정치권·학계 시기상조···시뇨리지 사유화·뱅크런 우려 제기

1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기획재정위)이 주최한 '원화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우려 사항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공공적 뒷받침이 없으면 사고나 블랙머니 흐름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서울대 교수는 "사적 화폐는 항상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으로 붕괴했다"며 역사적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미미한 상황에서 진입장벽이 낮을 경우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고, 발행사들이 수익률을 위해 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독점해온 화폐 발행이익(시뇨리지)이 민간 발행사에 집중되는 문제도 제기됐다. 최 교수는 "은행의 독점적 발권력에서 비롯된 수익이 민간 기업의 수익원으로 사유화될 경우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울대 교수는 기존 여권의 '통화 패권 강화' 논리에 대해 "통화 주권은 스테이블코인 유무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통화정책에 달려 있다"고 반박했다. 외환거래 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거래를 허용하면 불법 송금과 자금세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투명한 발행 및 준비자산 관리는 경미한 충격에도 인출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용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병목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은행이 아닌 비은행, 대기업이나 빅테크가 기존 은행업을 우회해서 수신 기능과 지급결제 서비스업을 전면적으로 하게 되는 구조"라며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허용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김대준 리서치센터장과 신영증권 이창민 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제 체계 명확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연동, 민간과 금융권의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제도적 기반 마련과 준비자산 운용 규칙 수립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정부와 국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발행 기준과 준비자산 관리 방안을, 한국은행은 유통 과정에서의 통화정책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별도 조항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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