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담뱃값, 공동체의 무게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세상읽기] 담뱃값, 공동체의 무게

경기일보 2025-08-12 19:03:10 신고

3줄요약
image

흡연은 개인의 선택일까, 사회의 책임일까. 담뱃값 인상 논쟁이 불붙으며 이 물음이 새삼 우리 앞에 던져지고 있다. 최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에서 담배 가격 및 비가격 정책을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규제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15년 이후 10년 가까이 동결된 담뱃값은 이제 조정의 기로에 서 있다. 전자담배와 가열담배 등 신종 제품의 확산도 재점검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23년 기준 3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를 크게 웃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흡연으로 인한 직간접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13조6천31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질병 부담, 생산성 저하, 의료비 증가 등의 형태로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오랫동안 방치됐다는 점이다.

 

국내 담뱃값은 한 갑 4천500원으로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호주 4만5천원, 프랑스 2만원, 미국은 1만1천원 수준인데 한국은 현저히 낮다. 낮은 가격은 흡연을 쉽게 하게 만들고 특히 청소년과 취약계층은 폐해에 더 쉽게 노출한다. 흡연이 생활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방치하면 금연은 개인의 결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정책 개입이 없다면 흡연은 ‘선택의 자유’라는 말 뒤에 습관화의 구조로 남는다.

 

사회적 정의와 공평성이라는 행정적 당위성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담배회사를 상대로 5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30년 이상 또는 하루 한 갑 이상 20년 이상 흡연한 고위험군 3천465명의 진료비에 대해 공단이 지급한 치료비 전액을 청구하는 형식이었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담배로 인한 의료비 전가 구조를 바로잡으려는 사회적 대응이자 공정한 제도 적용의 시도였다.

 

1심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간 인과관계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단은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54배 높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고 대한폐암학회와 세계보건기구(WHO)도 공식 의견서를 통해 이를 지지했다. 또 150만명이 지지 서명에 참여하면서 이 소송은 법정 안팎에서 공공의료의 정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흐름으로 확산했다.

 

물론 흡연자의 선택과 인권은 존중돼야 한다. 흡연은 합법이며 개인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논의의 초점은 흡연이 쉽게 선택되고 반복되도록 만드는 구조를 사회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있다. 해법은 혐오나 낙인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을 재설계하는 데 있다. 가격 정책으로 확보되는 재원은 금연치료 접근성 확대,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예방 교육에 재투자돼야 한다.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에 머물지 않는다. 그 중독성과 사회적 피해를 고려할 때 공공의 건강을 위한 사회적 개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국은 1998년 담배회사들과 합의해 220조원, 캐나다는 올해 3월 약 33조원의 배상에 합의하며 담배회사의 책임을 법적으로 물었다. 우리는 아직도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담뱃값 1만원은 단순한 가격 인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공공의 건강과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합의점에 대한 물음이다. 이 조용한 질문은 이제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