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서귀포)=박종민 기자 | “골프 참 어렵다.”
박성현(32)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 기간 가진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는 과거 KL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차례로 평정했다. 2016시즌 KLPGA 투어에서 무려 7승을 거두며 상금(13억3309만667원)과 평균최저타수(69.64타) 1위에 올랐다. 7승은 박민지가 2021시즌과 2022시즌 각각 기록했던 6승을 뛰어넘는 승수다.
박성현은 2017시즌 LPGA 투어에 진출해 또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신인상,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을 동시에 석권했다. LPGA 신인 선수가 데뷔 해에 신인상,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까지 동시 석권한 건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9년 만이었다. 당연히 세계랭킹 1위에도 등극했다.
그러나 2019년 말 어깨 부상을 당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0년을 거치며 급격히 내리막길을 탔다. 2020시즌 7개 대회에 나서 2차례 컷 탈락한 박성현은 2021시즌에 출전한 19개 대회 중 절반이 넘는 10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2022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해 8회, 2023시즌엔 17개 대회에 나서 8회 컷 탈락했다. 지난해는 왼쪽 손목 부상으로 아예 쉬었다.
◆고국 나들이서 반등 계기 마련
박성현은 “(성적이 좋았던)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몸도 변화했고 스윙도 몸에 맞춰서 변화했다”며 “골프는 잘 되다가 한번 잘되지 않아도 멘털이 굉장히 많이 흔들리는 종목이다. 계속 잘 되기 위해 새로운 걸 고쳐가면서 잘 되든 안 되든 나아가고 싸움해야 하는 게 골프라 생각한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이어 “멘털은 대회에 나가서 자신감을 찾을 때 회복된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좋지 못한지 오래됐고 힘든 기간이 길었지만, 저는 하루하루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계 여자골프를 호령하던 박성현이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여자골프의 상승세도 멈췄다. 2015년과 2017년, 2019년에 LPGA에서 각각 15승씩 합작했던 한국여자골프는 2020년부터 긴 슬럼프에 빠졌다. 2020년 7승, 2021년 7승, 2022년 4승, 2023년 5승, 지난해 3승 합작에 그쳤다. 이에 대해 박성현은 “요즘 LPGA 대회를 보면 일본, 태국, 미국 선수들이 너무 잘한다. 한국 선수들도 분명 잘하는데 세계 어디에서나 계속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 나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여자골프 세계 최강국이라고 하지만 언제 어디서 더 좋은 선수들이 나타날지 모른다. 열심히 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여자골프가 최근 주춤한 건) 뭐가 문제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개인 운동이다 보니 열심히 부족한 걸 메워나가야 할 일이다”라고 전했다.
박성현은 5개월 만에 나선 국내 대회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안정적인 샷 감각을 뽐냈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11위에 올랐다. 올 시즌 LPGA 11개 대회에 나서 9차례나 컷 탈락했으나, 고국 나들이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오랜만의 한국 투어 대회 출전이라 긴장도 되고 설레는 마음이었다. 국내 팬 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 한 달간 공백이 있었는데 운동, 연습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눈여겨 본 후배가 있느냐’고 묻자 “KLPGA 대회를 자주 보진 못한다. 그래도 최근에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동은 선수가 계속 잘하더라. 물론 KLPGA 선수들은 워낙 다 잘한다”고 답했다. 그는 “오랜만에 대회에 나오면 새로운 선수들을 알게 된다. 그 선수들을 보면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느낀다. 새로운 선수들과 라운드하는 게 설렌다”고 미소 지었다.
◆실수에도 의연할 수 있는 베테랑
박성현은 사실 골프 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게 없다. 러닝을 꾸준히 해보려 하는데 그것도 골프할 때 지구력이나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싶어 꾸준히 해보려 한다고 했다. “나는 비율로 보면 재능이 50%, 노력이 50%인 선수인 것 같다”는 박성현은 지난 십수 년을 돌아보며 “30대가 되니 예전보다 조금 더 의연해졌다. 예전엔 큰 실수가 나오면 당황하고 힘들어했는데 요즘엔 그런 상황도 나올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다. 다음 홀에 집중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 같다”고 담담히 밝혔다.
박성현은 “시드가 올해까지인데 할 수 있는 만큼 계속할 생각이다. 시드가 유지되던 그렇지 않던 마지막 대회까지만 생각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현의 목소리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현장에선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던 ‘남달라’ 팬클럽 회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회 2라운드 1번 홀(파4) 티오프 시간에 1분 차이로 가까스로 티박스에 선 박성현을 두고 ‘남달라’ 팬들은 안도와 함께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박성현은 “한결같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감사하다’는 말로도 부족한데 그런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랐다.
처음 KLPGA 대회 챔피언에 올랐던 2015년 6월 한국여자오픈 현장에서 박성현을 취재한 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는 그동안 세계 최정상에도 올라봤고, 시즌 내내 줄줄이 컷 탈락도 해봤다. 큰 굴곡을 겪고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만난 박성현은 “‘하면 무조건 된다’는 마음이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런 생각을 새기면서 투어 생활을 해왔다. 제가 되면 누구나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면 분명 된다는 생각이다. 도전하다 보면 우승도 꼭 할 것이다”라고 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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