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올 상반기 수요 공백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던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최근 반등 기류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전방 전기차 시장 침체에도 일부 소재사가 깜짝 실적을 기록했고 전고체·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기술 개발과 미국발(發) 보조금 정책이 맞물리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고 있다. 아울러 증시에서도 관련주 ETF 수익률이 연일 상위권을 기록하며 투자자 기대감도 살아나는 추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이차전지 관련 ETF는 지난달 들어 강세 흐름을 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이차전지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톱10 지수는 7월 동안 15.8% 올라 거래소 테마지수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0%)의 4배에 달한다. KRX 2차전지 톱10 지수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SKC, 에코프로머티 등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차전지주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차 캐즘 우려로 줄곧 하향세를 그려 왔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자동차 25% 관세 부과, 5월 미국 의회 전기차 세액공제 조기 종료 등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및 축소 추진이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하락하며 KRX 2차전지 톱10 지수는 지난 5월 23일 2149.44로 연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렇듯 내리막길이 길어지던 이차전지 주가는 좀체 회복되지 못하다 최근 일련의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7월부터 중국 대형 리튬 채굴업체 생산 중단으로 가격이 오르고 미국 상무부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중국산 흑연에 93.5%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 일부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 2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 매출 7797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분기(6298억원) 대비 2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23억원)보다 467억원 늘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모회사 에코프로도 같은 기간 매출 9317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우 2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했으나 하반기 인도네시아 정제소 물량 공급 확대와 외부 출하 본격화로 반등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차전지산업 생태계 전반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3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8% 증가한 약 221.8기가와트시(GWh)로 집계됐다.
특히 북미 지역의 경우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미국 상무부 반덤핑·상계관세 예비판정 이후 한국 기업들에 비교적 유리한 수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단 평가다. 미국은 오는 2026년부터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에 최대 58% 고율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사들은 북미 LFP 배터리·ESS 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기술 개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월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5’ 전시회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일제히 ‘캐즘 타파’ 메시지를 내며 신기술을 선보였다. 아울러 이들이 소개한 제품들 중 대부분이 1~2년 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 주도권 선점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풀 라인업을 최초 공개하고 나노 소재 기반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LFP 배터리, 차세대 폼팩터 CTP(Cell-To-Pack) 기술 등을 전시했다.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 목표인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코발트프리 NMX 배터리 등을 선보였다. SK온도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신기술 SF(Solid-state Flexible) 배터리, 미래형 배터리 폼팩터 기술 등을 전시해 주목받았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2년간 이차전지 산업은 전기차 캐즘 직격탄으로 호황에서 급격한 부진을 맛봤다”며 “글로벌 수요가 살아나고 정책 환경도 긍정적인 만큼 하반기엔 기업들 기술 경쟁력과 원가 개선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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