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독도에 서식했던 바다사자 '강치'의 전장 게놈을 세계 최초로 해독해 일제강점기 남획으로 인한 강치의 멸종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970년대 이후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독도 강치의 전장(全長) 게놈을 해독한 관련 논문이 국제학술지 BMC Biology(Springer) 온라인판에 게재됐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독도와 울릉도 지역에서 발굴한 강치의 뼛조각 16개를 대상으로 최신 고대 게놈 분석법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오래되고 제한된 양의 시료, 적은 DNA 추출량에도 강치의 전체 게놈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 강치는 약 200만년 전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와 분리돼 완전히 다른 종으로 진화했다.
연구팀은 물개(Northern fur seal), 큰바다사자(Stella sea lion) 등과의 유전자 교환 흔적도 확인해 북태평양 해양 포유류의 진화사 연구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
이번 연구는 강치가 멸종 직전까지도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을 밝혀냈다.
이는 강치의 멸종 원인이 유전적 요인이 아닌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 때문임을 보여준다.
수과원 관계자는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지 못해 점점 줄어들다가 멸종을 맞이하는 종도 있다"며 "그러나 당시 강치는 유전적 다양성, 건강 상태 등이 양호했던 상태라 남획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멸종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이를 입증한 첫 연구가 나왔는데, 이번 연구는 강치의 전장 게놈을 해독해 이를 더 명백하게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독도 강치는 197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비공식적으로 존재가 확인된 것을 끝으로 더는 발견되지 않았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1994년 독도 강치의 멸종을 선언했다.
가장 비슷한 종류로는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와 갈라파고스 바다사자가 있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우리 해역의 다양한 고유 생물종의 유전적 특성 연구를 이어 나감으로써 생물 주권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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