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이 지난 11일 공개된 가운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면과 복권 조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수형 중이던 상황에서 형 집행이 면제되고, 피선거권도 복원되며 정치 활동의 모든 족쇄가 풀렸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은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단행된 특별사면 조치의 일환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재가한 것이다. 이번 특별사면은 일반 형사범을 포함해 정치인, 공직자, 경제인, 소상공인, 운전 관련 종사자 등 총 83만 6,000여 명에 대해 시행되며, 그중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단연 조국 전 대표였다.
■ 형기 1년 넘게 남았지만…복권 포함 전격 사면
조국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자녀의 입시 비리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그는 내년 12월까지 형기를 채울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면으로 형 집행이 면제됐다. 더불어 복권 조치가 함께 이뤄져 피선거권까지 회복됨에 따라, 당장 정치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조 전 대표의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함께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 전 교수는 자녀의 입시 관련 서류 위조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로써 조 전 대표 부부는 동시에 사면을 받고 사회적으로 복권된 것이다.
이번 사면에는 조 전 대표 부부 외에도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윤건영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이른바 '친문'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 여권 “국민통합 계기” vs 야권 “정의의 파괴”
이번 사면 조치에 대해 정치권은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권과 진보진영 인사들은 “정치보복의 고리를 끊고,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한 반면, 보수야당과 일부 중도층은 “정의와 공정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조국, 최강욱 등 고생 많으셨다. 축하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자신의 S NS에 “조국 전 대표의 특별사면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개인의 회복을 넘어 정치 보복의 고리를 끊는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내란 정권의 조기 종식 과정에서 조국 전 대표에게 빚을 졌고 이번 사면으로 조국 전 대표는 국민께 빚을 지게 되었다"며 "이재명 정부와 대한민국의 성공, 나아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역할과 책임을 다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중도 성향의 인사들은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SNS을 통해 “입시비리로 유죄 확정된 자를 수능을 100일 앞두고 사면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8·15 광복절을 민족 정의의 장례식으로 만든 처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조국 가족이 조직적으로 벌인 입시비리를 이 대통령은 죄로 보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수험생과 학부모의 정서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김문수 후보는 “국민 눈높이를 철저히 외면한 채, 내 편만 살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조국 사면은 이재명 정권 몰락의 서막”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헌법과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결정”이라며, “죄를 지어도 권력을 얻으면 그 죄가 없어진다는 메시지를 국민, 특히 청년 세대에게 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12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씨, 당신은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도량발호(跳梁跋扈), 무법천지(無法天地) 대한민국이 본인이 말한 진짜 대한민국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이 이재명 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언급하며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박살 내는 것이 진짜 대한민국인가? 사면발니보다 못한 조국, 윤미향 사면”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자라나는 청년·미래 세대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는가”라며 “죄를 지어도 권력을 얻으면 그 죄가 없어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 편 죄는 면해주고, 야당은 내란 정당으로 몰아 말살시키는 것이 정치복원인가”라며 “정치보복을 잘못 쓴 것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안 의원은 또 이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씨,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결국 당신은 뼈저린 후회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번 사면은 문재인 정부의 치부를 이재명 정부가 고스란히 껴안은 꼴”이라며, “사면을 통해 조국혁신당과 이재명 정부 간 정치적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정치권 복귀 시계 ‘0’…지방선거나 재보궐 출마 가능성도
복권된 조국 전 대표가 향후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도 주요 관심사다. 사면 직후 조국혁신당 측은 "조 전 대표의 자유는 전적으로 국민 덕분"이라며 "검찰·사법·언론 등 5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당 대표 복귀 및 조직 재정비를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전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또는 고향인 부산시장 출마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외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역구인 충남 아산을 포함한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조국 전 대표의 책 '조국의 공부'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한 바 있어, 향후 문재인-조국 간 연대가 현실화될 경우 조국 전 대표가 친문 진영의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은 사면 자체에 대해 “정치검찰의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비판의 목소리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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