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폭우에 유실·시설물 전도 등 피해 큰데도 안전조치 소홀
자전거 라이더·조깅 시민들 '아찔'…시 "안전조치 독려할 터"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김혜인 기자 = "광주천변에서 밤에 자전거를 타다가 끊긴 자전거 도로에 넘어져 다칠 뻔했어요. 복구는커녕 안전조치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이게 뭡니까?"
광주시민 A(46)씨는 지난달 말 광주천변 자전거 도로에서 한낮 따가운 햇살을 피해 야간 라이딩을 즐기다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지난 7월 17~18일 광주에 433.4㎜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천변 자전거 도로 10m가량이 불어난 하천 급류에 휩쓸려 유실됐다.
이 사실을 모르고 내리막길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던 A씨는 갑자기 포장도로가 끊겨 나타난 자갈·바위 밭에 자전거를 통제하지 못하고 하천 쪽으로 넘어졌다.
A씨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복구는커녕 안전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지자체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수해가 발생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됐음에도 광주천 곳곳의 수해 피해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찾은 광주천변 자전거 도로는 아직도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엿가락처럼 휜 천변 계단 난간, 쓰러진 표지판, 폭우에 떠밀려온 수초 등이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다.
지난달 중순 폭우 이후에도 몇 차례 많은 양의 비가 반복적으로 내려 복구가 미뤄졌다고 이해하더라도, 위험한 파손 시설물과 도로에 안전조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시민들이 위험에 노출된 형편이다.
광주천변에서 밤마다 조깅하는 박모(70)씨는 "천변 곳곳이 위험한 곳이 널려 있는, 속칭 '지뢰밭'과 같아 운동하려고 머리에 두르는 플래시를 구매했다"고 한탄했다.
복구가 미뤄진 것은 계속 내리는 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액이 드는 복구의 경우 예산 확보가 지연됐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한 일선 구청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비가 내려 응급 복구만 진행 중"이라며 "비가 계속 오는데 섣불리 복구에 나섰다가 또다시 훼손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복구 지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2주 전 국가하천 관리 주체인 환경부와 현장 실사를 마치고 복구 예산 지원을 요청했으나, 예산이 내려오려면 시일이 걸려 오는 9월에야 복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선 자치구와 함께 광주천 관리를 총괄하는 광주시는 "완전 복구에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안전조치는 즉각 하는 게 맞다"며 "각 하천변을 관리하는 구청 측에 연락해 시설물 점검과 안전조치를 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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