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년 사찰 소림사의 전 주지 스융신(釋永信) 부패 비리 스캔들을 계기로 중국 당국이 ‘불교 사원 경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 소림사 ‘CEO 주지’ 26년만에 낙마
북위 효문제(495년) 때 창건돼 올해로 1530년 된 소림사는 쿵푸와 달마 대사로부터 시작되는 불교 선종의 발상지다.
소림사는 지난달 27일 소림사는 “스 주지가 사찰 자산을 횡령 및 점유하고, 불교 계율을 중대하게 위반했으며, 오랜 기간 다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사생아를 낳은 혐의로 현재 관련 부처의 합동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 전임 주지는 1999년부터 주지를 맡아오며 경영학 석사를 받는 등 소림사 경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으나 지나친 상업화라는 비판을 받았고, 개인적인 비리까지 얽히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 소림사의 ‘탈 상업화’
스 전 주지 후임으로 지난달 29일 임명된 스인러(釋印樂) 주지는 소림사의 상업화를 억제하고 승려들의 규율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스인러 주지는 취임 첫날 상업 공연 금지, 고가의 취임식 금지, 사찰 상점 정리, 자급자족 농업 장려, 소득 분배 개혁 등 5가지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소림사 무술 승려들의 세계 순회 공연(한때 공연당 50만 달러의 수익), 문화·창작 상점, 타오바오 매장 등 모든 상업 활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관광객은 향 한 개가 예전에 수백 위안, 심지어 수천 위안이었지만 지금은 향을 파는 노점을 차리는 사람이 없고, 사람들은 무료로 향을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
‘평안향(平安香)’ ‘가족사진향(全家福香)’ 등의 이름을 붙여 고가에 팔던 품목도 사라졌다.
한때 방문객들에게 QR 코드를 스캔해 기부하도록 요청했던 ‘전사 승려(武僧)’들은 더 이상 볼 수 없고, 유료였던 일부 자료는 무료로 전시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전체 승려 300여명 중 30명 가량이 이미 사찰을 떠나 ‘이직(離職)’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 스 전 주지 “신앙 아닌 문화 유산의 상업화” 해명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스 전 주지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소림사 경영은 종교적 신앙의 상업화가 아닌 문화 유산의 상업화라고 주장했다.
브랜드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으로 스 전 주지 시절 소림사는 수백 개의 상표를 등록했다.
그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천년 역사의 소림 문화가 우리 세대에서 번성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시들어버린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썼다.
스 전 주지는 2009년 홍콩 합작 투자를 통해 사찰과 기타 관광 자원을 기업공개(IPO)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전국적인 분노가 일어났던 당시 심각한 생명 위기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IPO)는 결국 중단되고 소림사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다.
스 전 주지는 2015년에도 횡령과 여러 자녀를 두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소림사로부터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의 대부분이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금융 전문지 차이신은 소림사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 전 주지가 지난달 25일 밤늦게 전격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 전 주지는 올해 초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후 당국의 심문을 위해 소환되기도 했으며 출국이 금지됐다.
◆ 소림사와 주변의 사원 경제
소림사가 있는 허난성 덩펑시는 무술 도장부터 쿵푸 장비와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까지 ‘사찰 경제’가 발전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고 여름 쿵푸 캠프에는 중국인과 외국인 모두 참여한다.
최근 몇 년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찰은 소림사뿐만이 아니라고 SCMP는 전했다.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특히 젊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관심이 커지면서 예배 장소를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소비 문화와의 융합이 촉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객들은 불교 사원, 도교 사당, 관련 채식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로 몰려들며, 염주와 기도 주머니가 금세 매진되고 점술과 명상 체험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컨설팅 기관 메리트코 그룹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사찰 경제 규모는 800억~900억 위안에 이른다. 메리트코 그룹은 올해 말까지 시장 규모가 1000억 위안(약 19조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 사찰 상업화 논란
중국에서는 사찰 상업화에 대한 논쟁이 수년간 끊이지 않았다고 SCMP는 전했다.
사찰은 영적 수행을 위한 신성한 공간으로 시장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사찰의 자립을 위한 상업 활동은 특정 선을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으며 문화를 보존하고 변화하는 경제 현실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명랑 맹자재단 이사장은 스 전 주지에 대한 조사가 정부의 종교 기관에 대한 관리 방식을 개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안에는 사찰이 재산 경매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상표 사용에 제한을 두고, 사찰에서 수행으로 얻은 수익을 공공복지 기금에 기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2017년 발표된 규제 강화 및 부패 방지를 위한 지침에는 사찰은 비영리적 성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상업 자본이 불교와 도교의 수행에 개입하는 것도 금지했다.
2018년 당시 중국불교협회 회장이었던 스쉐청은 불교가 본질적으로 상업 활동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며 불교의 생존과 발전에는 일정한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림사가 있는 덩펑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스 전 주지의 취임이후 경제 발전이 더뎠던 현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한 택시 운전사는 “그의 리더십 하에 소림사는 관광, 학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이곳에 가져온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 무술 학교의 한 교사는 지역 주민들이 수년간 스 전 주지에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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