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출범 2개월여가 지났다. 새 정부의 당면 과제는 단연 경기 부양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침체의 터널을 지나오고 있다. 성장률은 둔화됐고 기업들은 대내외 악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불안정 상황도 더해져 경기 반등에 악재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대한민국호'는 악재를 딛고 재도약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제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됐다.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각종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마중물로 경제 대도약을 이끌 주요 산업군의 핵심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행히 'K'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제품과 기술의 브랜드가 성과를 내고 있다. 주요 성과를 기반으로 경제의 새 활로를 이끌어내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때다. <비즈니스플러스> 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주요 산업군의 도전과 성과 등을 조망해본다.[편집자주] 비즈니스플러스>
전자·IT 업계를 중심으로 AI와 로봇 이슈를 미래 먹거리로 창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인공지능(AI)이 데이터 분석과 텍스트 생성이라는 가상의 영역을 벗어나 이제 물리적 환경에서 직접 행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AI의 패러다임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초 CES 2025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를 차세대 혁신 기술로 제시했다. 그는 "AI는 인식, 생성, 에이전트, 피지컬 AI의 단계를 거쳐 진화하고 있다"며, AI가 3차원 물리적 공간을 완벽히 이해하고 작업 환경에 실시간 적응하는 기술이 기업과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피지컬 AI는 이미 연구와 개념 단계를 넘어 제조, 물류, 헬스케어, 국방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실제 혁신을 이끌고 있다. 피지컬 AI가 사람과 협력하거나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엔비디아, 테슬라, 구글, 메타, 애플, 앱트로닉 등 대형 테크 기업들이 피지컬 AI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CES 2025에서 자율주행·로봇 개발을 위한 AI 솔루션 '코스모스'(Cosmos)를 공개하며 피지컬 AI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코스모스는 2000만 시간 분량의 인간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도 다양한 주행·보행 시나리오를 자동 생성한다. 특히 피규어AI, 샤오펑, 우버,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및 로봇 분야의 가상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단계적 대량 양산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선도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23년 공개한 프로토타입 모델 옵티머스 2세대(Optimus Gen 2) 출시를 2026년으로 확정하고, 2025년에는 수천 대, 2027년까지는 연간 50만 대 생산을 목표로 밝혔다. 현재 자사 공장에서 시범 운영 중인 옵티머스는 2026년부터 기업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 주요 기업, 휴머노이드 로봇시장서 경쟁력 확보 나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미국, 중국에 비해 뒤처진 상황이지만 네이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며 추격에 나섰다.
네이버는 최근 모건스탠리가 선정한 '휴머노이드 100대 기업'에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네이버는 테슬라, 애플, 아마존, 삼성, 현대차, LG, 소니 등과 함께 '인테그레이터' 분야에 선정돼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자율주행 로봇 '루키', 양팔 로봇 '앰비덱스', 디지털 트윈 제작용 로봇 'M2' 등 다양한 로봇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매년 매출의 20~2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 제2사옥 '1784'는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건물 인증을 획득해 100여 대의 서비스 로봇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로봇 전문 기업을 인수하거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보' 연구진이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지난해 인수하고, '휴보'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준호 교수를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에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로봇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플랫폼과 연동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다양한 실생활 시나리오에 적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AI 에이전트 로봇 'Q9'을 개발하고 있다. Q9은 LG전자가 지난해 CES 2024에서 공개한 AI 에이전트 로봇으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로봇은 LG전자의 AI 에이전트 '퓨론'을 탑재하고 두 다리에 달린 바퀴와 자율 주행 기술로 움직인다. 또 LG전자는 AI 기반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 지분 51%를 확보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2017년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설립된 베어로보틱스는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해 다수 로봇을 최적화된 경로로 움직이는 군집제어와 클라우드 관제 솔루션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엔비디아의 로봇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 개발과 연관된 한국 유일의 휴머노이드다. 아틀라스는 험난한 지형을 걷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고난도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현대차는 이를 제조 및 물류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첨단 로봇의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있어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밸류 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만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가 당장 활용될 산업은 제조·물류·건설 같은 단순 반복 육체노동 위주 업종"이라며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 위해선 그만큼 풍부하고 다양한 노동 유형 사례와 데이터 학습이 선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가진 제조업 역량은 AI 초강대국인 미국도 갖지 못한 강점이어서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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