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과거 러시아 수출 경험이 있는 한국 기업 10곳 중 8곳은 향후 시장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윤진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가 12일 발표한 '한-러 교역구조 변화와 향후 수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수출을 중단한 우리 기업의 79.2%가 향후 재진출 의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진출 이유로 ‘러시아 시장의 회복 가능성’과 ‘기존 바이어와의 관계 유지’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러시아 수출은 2021년 1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전쟁과 국제 제재 여파로 2024년에는 절반 이하인 45.3억 달러로 급감했다. 수출기업 수도 같은 기간 4,003개사에서 1,861개사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러 수출 통제가 강화되며 전략물자는 물론 비전략물자까지 규제가 확대된 영향이다. 2025년 6월 기준, 대러 수출 통제 품목은 1,431개에 달한다. 특히 반도체, 항공기 부품, 고성능 컴퓨터, 정밀 공작기계, 자동차 등 주요 산업 품목이 포함되며 기업들의 진출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또한 러시아 측의 결제 제한, 통관 강화, 지재권 규제, 관세 장벽 등도 교역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러시아 수출을 중단한 기업 중 대체 시장에 진출한 비율은 37.2%에 불과했다. 제품 특성상 러시아 특화 구조를 갖춘 경우가 많고, 대체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도 주요한 어려움으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응답 기업의 51.8%는 러시아 시장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전략적 재진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재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는 ‘결제 및 환율 리스크’(69.9%), ‘물류 및 운송환경’(44.6%), ‘지정학적 불안정성’(43.2%)이 꼽혔다.
이에 기업들은 정부에 ‘제재 관련 정보 제공’(37.5%), ‘금융 및 수출보험 지원’(22.9%), ‘물류·통관 애로 해소’(18.9%) 등의 실질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유서경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전후 복원 수요와 인접 시장 연계 가능성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과 함께 교역 재개를 위한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러시아 수출 경험이 있는 528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9일까지 진행됐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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