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일론 머스크, 공고한 양당 체제에 도전장
건국 초기부터 양당제가 자리 잡은 미국은 오랜 시간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권을 주고받으며 기득권 체제를 구축해 왔다. 과거 ‘정치 독과점’ 체제에 반기를 든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도전은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창당 선언 배경은?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에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내년 11월 연방 의회 상·하원 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상원 2~3석, 하원 8~10석을 차지해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트럼프 최측근’이 된 그가 돌연 제3당을 창당하게 된 이유로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가져올 미국 재정 악화 우려가 꼽힌다. 개인 소득세율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의 감세, 복지 지출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이 법안으로 향후 10년간 미국의 재정 적자를 3조 3,000억 달러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예산 절감에 앞장섰던 머스크는 “미국 경제를 파산의 길로 몰고 갈 무책임한 정치적 감세”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머스크가 정치적 포부를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그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 평가한다. 양당제 중심의 정치 문화가 뿌리 깊은 미국 사회에서 유권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지지 정당이 결정되고 평생 지속되는 ‘정치사회화’가 뚜렷하다. 그러다 보니 연방 의회나 대통령 선거에서 제3당에 표를 던지기 어렵다. 더욱이 모든 주의 주법은 양대 정당에 유리하게 편향되어 기득권 양당이 구축한 벽이 너무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머스크의 신당은 양당제 선호 구조를 비롯해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며 여러모로 제3당이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짚었다.
미국 정치 역사 ‘제3정당 필패론’
과거 미국에서 제3당을 창당했던 사례가 종종 있었으나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소속이 아닌 후보가 선거인단에서 승리한 건 1968년 미국독립당(American Independent Party)의 조지 월리스가 남부 5개 주를 차지한 것이 마지막이다. 1992년에는 민주당·공화당을 모두 비판하며 등장한 기업가 출신 정치인 로스 페로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해 18.9%라는 득표율을 얻으며 돌풍을 기록한 뒤, 개혁당(Reform Party)을 창당해 전국 정당의 반열에 올랐지만 1996년 대선에서 8.4%의 득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어진 1998년 중간선거에서도 연방 의회 진입에 실패했다. 1991년 설립된 녹색당(Green Party)은 전국 정당으로 성장해 2000년 대선에서 랄프 네이더 후보가 2.7%의 득표를 얻기도 했지만, 당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표를 잠식해 공화당에게 정권을 내줬다는 비판 속에 당세가 기울었다.
다만 최근 들어 양당 체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머스크의 신당 창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미국 성인의 58%가 제3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퀀터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머스크의 신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 걸로 조사됐다.
머스크의 목표대로 상원 혹은 하원에서 의석수를 확보한다면 미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다당제가 자리 잡는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 현재 미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과 무소속이 47석이며, 하원은 공화당 220석, 민주당 212석을 보유하고 있다. 아메리카당이 의석 일부를 가져오는 데 성공한다면 과반을 두고 다투는 입법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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