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듯 지우고 칠하길 반복"…인사동 산촌 갤러리서 26일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그 단단한 돌 비석의 글자들도 시간이 지나면 풍화되면서 뭉그러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시간의 흐름을 단색화에 담은 작업입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산촌 갤러리에서 만난 원로 작가 권의철 화백은 마치 돌비석 글자들처럼 작품의 우툴두툴 튀어나온 부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46번째 개인전이다. 40여년간 이어온 비구상 단색화 12점을 만날 수 있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1974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단색화로 데뷔한 이후 1984년까지 일곱 차례 입선한 대표적 국전 작가다. 단색화의 평면에 암각화처럼 문자나 문양을 새겨 넣은 '히스토리'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전시회에 걸린 '시간의 흔적들'(Traces of time)이란 동일 제목의 작품들은 캠퍼스나 합판 위에 한지를 붙인 뒤 아크릴 물감을 층층이 쌓고 나이프로 긁어내는 반복 작업으로 질감을 살리고 색을 표현했다.
단순한 반복성에서 불규칙한 풍화 흔적을 표현해 마치 역사적 장소에 있는 오래된 비석을 보는 것 같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또렷이 남아 있는 부분도 있지만 변형되거나 사라진 부분이 있는 것은 인간의 기억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가는 "오랜 세월의 풍상(風霜) 속에서 이뤄지는 역사물의 흔적에서 모티브를 찾는다"며 "내 생각이 발현되고 하나의 창작된 화면이 표출될 때까지 수행하듯 지우고 칠하고를 반복하며 도상화 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달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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