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외식업계에서 로코노미(Local+Economy) 열풍이 거세다. 로코노미는 지역과 경제의 합성어다. 지역의 특색 있는 식자재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와 지역 농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그간 잘 알지 못 했던 지역 특산물들이 '힙한' 감성을 입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최근 편의점 CU는 전라남도 진도 해역에서 자란 '곱창김'을 활용한 삼각김밥 2종을 출시했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진도군청과 손잡고 고품질 곱창김을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CU에 따르면 진도 곱창김은 일반 김보다 두툼한 식감과 고소해 삼각김밥의 주재료인 김의 풍미를 더욱 즐기기 좋다.
그간 CU는 각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보성 꼬막, 횡성 한우, 고창 장어 등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창녕 양파 간편식 시리즈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높은 인기를 얻게 되면서 30톤의 창녕 양파를 소진했다. 올해는 창녕 마늘 간편식 시리즈를 내놨고, 3주 만에 창녕 마늘 4.5톤을 소비했다.
한국맥도날드 역시 로코노미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지난 2021년부터 한국맥도날드는 창녕 마늘을 시작으로 보성 녹차, 진도 대파, 진주 고추, 익산 고구마 등 품질 좋은 산지 식재료를 활용해 신메뉴를 선보이는 '한국의 맛(Taste of Korea)'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각 메뉴가 출시될 때마다 SNS 등에서는 소비자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사역 직장인 최희진 씨(36·여)는 "한국의 맛 시리즈가 출시되면 한 번은 꼭 먹어보는 것 같다"며 "해당 시리즈 덕분에 평소 잘 몰랐던 각 지역의 특산물도 알게 된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단순히 버거로만 출시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음료로도 출시돼서 더욱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달 10일부터 전국 400여개 매장에서 익산에서 수확한 고구마로 만든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머핀'을 출시했다. 출시 9일 만에 누적 판매 100만개를 돌파하며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다. 11일에는 한국의 맛 캠페인 5주년을 맞이해 '창녕 갈릭 비프 버거'와 '창녕 갈릭 치킨 버거'를 재출시 했다. 순천의 특산물인 매실을 이용한 에이드도 창녕 갈릭 시리즈와 함께 선보였다.
한국맥도날드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로 지난 4년간 약 617억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임팩트 측정 전문 기관 트리플라잇(TripleLight)을 통해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사업 성과를 다양한 지표로 환산해 최종 화폐가치로 산출했다.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메뉴별 판매량과 식재료 매입 규모, 각종 통계자료, 언론 및 SNS 노출 빈도, 관계자 인터뷰 등 다방면의 정량·정성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했다.
화폐가치 구성은 ▲농가 실질 소득 증가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 ▲농산물 폐기 비용 절감 등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눴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약 5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지역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향상된 정도를 측정한 후 이를 화폐 가치로 환산한 결과다.
농가 실질 소득 증가는 약 44억9000만원이다. 원재료 구매를 통한 직접적 수익 창출 효과가 반영됐다. 농산물 폐기 비용 절감 효과는 약 4억6000만원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창녕 갈릭 버거가 약 443억원, 보성 녹돈 버거가 약 17억1000만원,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약 91억7000만원,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 약 63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4년간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통해 수급한 국내산 식재료는 창녕 마늘 170톤, 보성 녹돈 137톤, 진도 대파 142톤, 진주 고추 10톤 등 총 459톤에 달한다.
제주마음샌드의 성공을 계기로 파리바게뜨는 2021년에는 가평 특산물 '잣'을 담은 가평맛남샌드, 판교 IT 인재들의 '두뇌'를 상징하는 호두를 활용한 판교호감샌드, 인천공항 이용객들을 위해 조청으로 맛을 낸 '인천안녕샌드'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장한나 씨(27·여)는 "제주도 여행을 마치면 다른 기념품은 사오지 않더라도 마음샌드는 꼭 사왔다"며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고, 먹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로코노미가 청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청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소비'와 '경험 소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제품의 맛과 가격을 넘어 소비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한 경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SNS에 올릴만한 독특한 스토리와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행 자체가 최근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치소비와 경험소비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특별한 소비를 통해 새로운 스토리를 경험하고 이를 SNS로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로코노미는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킨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각광받게 된 것"이라며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SNS에 올리면서 '힙한 소비'를 완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로코노미는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방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며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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