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에 이어 DL(대림)그룹도 여천NCC 지원에 나서면서 회사 부도 위기는 일단 넘겼다. 다만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1년 내에 조 단위 차입금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사업 지속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여천NCC 주요 주주인 DL케미칼과 DL그룹 지주사인 DL㈜은 각각 이날 오전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조달 자금은 주로 여천NCC 지원에 활용된다.
국내 3위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춘 여천NCC는 오는 21일까지 운영자금 31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다. 이달에만 약 18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올 1분기 연결 기준으로 여천NCC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172억원에 불과하다.
여천NCC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지난 1999년 에틸렌 기초유분 생산을 위해 5대 5로 출자한 회사다. 한화와 DL이 각각 1명씩 공동대표를 파견했고 이사회도 동수로 구성돼 있다.
여천NCC 현금이 고갈된 지난 6월 이후 양측은 지원을 위한 협의를 지속해 왔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1500억원 규모 추가 자금 대여를 결의한 반면, DL그룹은 회사 현금흐름이 악화한 이유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며 지원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연초에 이미 1000억원을 증자한 터라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한화솔루션이 올해 여천NCC에서 구매하는 에틸렌 가격을 전년 대비 낮춘 것도 양측 간 불화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가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다른 국내 석유화학 업체로 위기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DL그룹은 일단 지원 쪽으로 선회했다.
다만 시장 상황과 경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에 따른 석화 산업의 구조적 불황으로 지난 3년간 8239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회사의 재무적 체력은 극도로 허약해졌다. 반면 회사채, 기업어음(CP), 유동화증권 등 1년 내에 상환하거나 리파이낸싱해야 하는 차입금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특약에 따라 현재 'A-'인 회사 신용도가 'BBB+'로 하락할 경우 채권자들이 원금 조기 상환을 요청할 수도 있다.
에틸렌 사업 지속 가능성을 놓고 한화·DL그룹 간 갈등이 표면화한 만큼 여천NCC 분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DL케미칼은 이날 자료를 내고 "적정 경쟁력이 보장되지 않는 에틸렌 가격 정책은 여천NCC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며 "한화그룹이 대주주 의무를 잊고 다른 석화 업체와 에틸렌 구매를 위해 접촉하는 등 여천NCC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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