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애플과도 협업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잇단 수주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점유율 확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 S1 파운드리 공장의 일부 라인을 이미지센서(CIS) 생산용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전례 없는 혁신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고 이 기술은 내년 출시될 ‘아이폰18’에 적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핵심 반도체다. 초고화소 CIS를 적용하면 사진의 선명도가 높고 확대나 크롭에도 화질 손실이 적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 보안장치 등 응용 범위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테슬라와 22조7647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33년 12월 말까지로 8년 5개월에 달한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SNS에 “삼성의 대형 텍사스 반도체 공장은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것”이라며 “그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내 파운드리 수요 확대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수입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지에 생산 기반을 구축한 기업들이 상대적 수혜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언론사 중국시보는 “미국이 대만에 관세를 더 높일 경우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TSMC 수주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미국 고객사들이 한국이나 일본처럼 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생산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은 현재 14나노 공정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미국 내 유일한 반도체 공장이며 같은 지역에 신규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에서는 테슬라 AI6 칩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전망 및 방향성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비효율적인 관행은 과감히 개선하되 기술 개발과 고객 서비스 품질은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3나노 선단 공정의 수율을 조기에 개선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성숙 노드에서는 시장 가치에 부합하는 적정 가격을 받으며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한진만 사장은 당시 “삼성전자는 로직뿐 아니라 메모리까지 포함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메모리 사업부와 협력해 무어의 법칙을 이어갈 패키징과 새로운 아키텍처 변화에 대응하고 메모리-어드밴스드 로직-패키지를 아우르는 ‘홀리스틱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를 낙관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HBM과 파운드리에 대한 우려가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며 “빅테크의 HBM4 평가가 양호해 이르면 4분기 샘플 인증이 완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리려면 명확한 전략과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율 문제나 납기 지연 등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이종환 교수는 “선행 기술 개발 경험을 토대로 전략과 실행 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한다”며 “양산성 확보를 사전에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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