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차등요금제, 탈한전 러시 해법 되나

[사진=한국전력]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산업용 전기료 급등으로 대기업들의 ‘탈(脫)한전’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전기료 부담을 낮춰 한전 전력 사용을 유지하게 하는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 설계 방식에 따라 기업들의 탈한전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발전소 인근 지역의 한전 요금만 인하되고, 한전을 거치지 않는 VPP(가상발전소) 등을 통한 직접 전력 구매 가격은 그대로 유지된다면 기업들은 한전과의 거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설계 중인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발전소 인근 비수도권 지역 전기요금을 낮추고,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은 인상하는 방식이다. 이는 송전망 부담을 줄이고 지역 간 전력 수급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은 전력도매가격(SMP)과 소매요금의 차등 적용을 순차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며, 시범 도입 구간과 요금 차등 폭을 조율하고 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시행되면 효과는 지역별로 엇갈릴 전망이다. 비수도권 기업들은 전기료 인하 혜택으로 한전 전력 사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수도권 기업은 요금 인상으로 직접구매제 전환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도권 제조 거점의 경우 요금 인상이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탈한전’을 직접 억제하는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도 전력시장 직접구매 시 망 이용료가 지역별로 달라 가격 차이가 존재하므로, 제도 시행 후에도 기업은 안정적인 한전 요금과 변동성이 있는 전력시장 가격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유지된다.

전력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전 요금은 규제와 원가 구조로 안정성이 유지되지만, 직접구매는 연료 가격 변동이 즉시 반영된다”며 “결국 기업이 가격 안정성을 택하느냐, 변동성을 감수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지방 이전 유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금 인하 폭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비수도권은 입지 조건이 불리해 인하 폭이 크지 않으면 이전 효과가 약하다”며 “kWh당 최소 30원 이상 인하해야 실질적인 유인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기업들의 탈한전을 막기 위해 최소 계약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전력 직접 구매 기업들에 대한 부과정산금과 복지특례할인비 등 각종 비용 부과를 통해 전력 직접구매제(PPA) 제도를 보완했다. 

그럼에도 산업용 전기료 부담이 큰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직접구매 검토는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2년 1분기 kWh당 105.5원에서 2024년 말 185.5원으로 75% 넘게 급등하자, 최근에도 LG화학 등 대기업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도매가격으로 전력을 조달하는 ‘전력 직접구매제도’ 활용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한전 판매가가 kWh당 약 182원인 반면, 도매가격(SMP)에 망 이용료 등을 더한 직접구매 가격은 이보다 약 30원 저렴해 비용 절감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