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코오롱(69) 회장은 2018년 '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고 명예회장으로 물러 나면서 "1남 2녀중 장남인 이규호(41)가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1주도 물려 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코오롱은 창업자인 고 이원만 초대회장 이후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는데다,유일한 아들 1남인 상황에서 당시 재계에서는 별로 설득력이 없는 발언으로 되레 비웃음만 샀을 정도였다.
어쨌든 이웅렬 명예회장의 뜻은 다른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아들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후계자가 아닌,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해 코오롱그룹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해야만 넘겨주겠다는 얘기로 해석됐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
실제로 이규호 부회장은 아직까지 주식을 1주도 물려받지 못한채 '지분 0%'로 코오롱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마찬가지로 코오롱그룹도 7년째 여전히 '회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
2012년에 차장으로 입사한 뒤
11년만인 2023년 부회장 승진
본격적인 4세 경영체제로 전환
이규호 부회장은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학에서 호텔경영학 학사를 받았다. 그는 2012년 패션, 화학,필름,산업자재 제조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한 뒤, 11년 만인 2023년 코오롱그룹 전체를 총괄하는지주회사인 ㈜코오롱의 부회장이 됐다.
그러나 이규호 부회장은 첫 경영성적표(2024년 기준)에서 영업손실 811억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게됐다. ㈜코오롱은 당초 227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예상했으나 외부감사 끝에 최종적으로 812억원의 적자전환으로 정정되는 쓴맛을 봤다. 이같은 영업손실은 코오롱그룹 전반의 실적악화에서 비롯됐다.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주요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이 1년전보다 20.5%나 감소하기도 했다. 또 코오롱글로벌도 487억원 적자전환됐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176억원의 흑자를 냈으나 전년대비 55.4%나 급감했을 정도다.
이규호 부회장은 신사업에 전력
2차전지 등 차세대 먹거리 챙겨
이에앞서 그는 2023년 1월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자동차 판매 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자동차 유통전문기업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만들고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회사는 아우디,볼보,BMW, 로터스 등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의 딜러 사업을 운영하며 신차와 중고차 판매가 주력사업이었다.
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적자 필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2차전지 소재 스타트업 투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건설,수소 연료전지 소재 사업 확대, 항공우주 복합소재 신사업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의 현대·기아차와 협력해 미래 모빌리티 소재 사업 파트너십을 체결. 수소 모빌리티 분야와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비상장사로 전환
신속한 신사업추진에 걸림돌을 제거
이런 와중에 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완전자회사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코오롱의 완전자회사가 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향후 절차를 거쳐 비상장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공개매수도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작업은 왜 하는 걸까?
상장회사에서 비상장사가 되면 법적 의무와 공시 부담이 적어 사업구조를 유연하게 재편하거나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여러 주주들의 동의를 기다릴 필요없이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규호 부사장의 신속한 신사업 진출과 구조조정 등 경영상 의사결정을 쉽게 하기 위한 편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좋게 보면 이규호 부회장의 손아귀에 있는 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의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실효적 지배자' 된 이규호 부회장
사실상 '4세 경영체제' 는 갖춘 셈
이웅렬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그룹의 지분 0%'이지만 그룹내 요직을 다 꿰차고 있어 사실상 실효적 지배자로 이미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이웅렬 명예회장이 지주회사인 ㈜코오롱의 최대주주로서 지분을 약 49.74%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웅렬 명예회장의 지분중 약 38.40%는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돼 있으며, 이와관련해 대출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코오롱 주식담보로 650억원,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담보로 290억원을 대출 받은데 이어,최근 ㈜코오롱의 주가가 크게 오르자 대환대출로 대출한도를 더 늘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대출받은 돈으로 코오롱티슈진 등 투자와 법적 송사 등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코오롱 지분인 약 49.74%
이규호 부회장이 어떻게 받느냐가 관건
우선 ㈜코오롱의 최대주주인 이웅렬 명예회장의 지분 49.74%(2025년 7월 기준 약 2704억원) 를 장자인 이규호 부회장에게 증여하는 방법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이규호 부회장에게 증여한다면 증여세율 50%가 기본 적용된다. 여기에 대기업 최대주주 지분 증여시 20~30%의 할증이 붙는데 코오롱은 30%의 할증율로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증여세는 대략 1700억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세금을 분할 납부할 수도 있지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더구나 이규호 부회장은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매년 많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고, 연봉도 그에 미치지 못해 증여세 마련을 위한 실탄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으로 증여받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그룹 지분율 감소로 경영권 안정성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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