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발표를 앞두고 미국의 ‘반도체 100% 품목관세’ 발언이라는 돌발 변수에 직면했다. 성장률 핵심 동력인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호관세 협상 타결과 소비 회복 조짐에 힘입어 형성됐던 낙관론에도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1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100%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후속 동향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관세는 이달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과 함께 공개될 성장률 전망치 조정의 핵심 변수다.
정부는 올해 1월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으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 성장과 미국발 통상 리스크 확대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2분기 성장 반등과 소비 회복세, 25% 상호관세 발효 직전 타결 등 호재를 반영해 1%대 중반 전망이 유력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은 2분기 GDP 발표 직후 성장률 전망을 1.1~1.3%로 높였고,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1.0% 수준으로 두 달 연속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발언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는 상호관세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유럽연합(EU) 수준인 15%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기로 합의한 만큼 이번 발언이 실제로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 중이다.
다만 실제 발효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협상 스타일은 과거에도 논란을 불렀다. 일본은 미국과 15% 상호관세에 합의했으나, 미국이 이를 ‘기존 관세에 추가 부과’라고 뒤늦게 밝히며 파장이 일었다. 한국 역시 쌀·쇠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을 놓고 미국과 해석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관세의 세부 방침이 공개되지 않은 것도 변수다. 면제 범위가 미국 내 생산품에 한정되는지, 미국 공장 건설을 약속한 기업의 전 세계 생산품까지 포함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아직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충분치 않은 한국으로선 민감한 사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의 100% 관세 방침은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민감도가 높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를 악재로 반영할 때 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새 정부의 첫 성장률 전망인 만큼 1%대를 유지할 것이란 예측이 엇갈린다.
정부는 반도체 관세 관련 정보를 최대한 반영해 전망치를 확정할 방침이다. 미국의 구체적 방침이 늦어질 경우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발표 직전까지 고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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