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 정도였나? 양 팀 선수들이 치열하게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조금 늘어진다 싶으면 무조건 손흥민 얼굴을 화면 가득 보여준다. 미국 프로축구 중계진이 손흥민을 얼마나 슈퍼스타로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는 중계 화면이었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에 있는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2025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리그 25라운드를 치른 LAFC가 시카고파이어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손흥민이 토트넘홋스퍼에서 LAFC로 이적한 뒤 처음 투입된 경기다.
킥오프하자마자 경기장 위가 아니라 손흥민을 집중적으로 찍고 있는 카메라로 화면이 전환됐다. 경기 중 해설자들이 수시로 손흥민이 벤치에 있다는 점, 언제 투입될지 동료들과 조합이 어떨지 궁금하다는 점 등을 이야기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심지어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이 화면에 나타날 때도 손흥민을 거론했다. 감독을 찍는 카메라에 어깨 뒤 손흥민이 작게 보이자, 현역 시절 맞상대한 적 있다는 정보를 꺼내 놓았다.
경기가 잠깐 멈췄을 때만 벤치 캠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두 팀 선수들이 플레이 중인데도 좀 흐름이 늘어진다 싶으면 대뜸 손흥민으로 화면을 넘겼다. 두 팀이 쓸 수 있는 벤치멤버 명단을 보여주는 등 온갖 핑계로 손흥민을 잡아주면서 “쏘니”를 호명했다.
전반 37분 경에는 손흥민을 잡아주려 했는데 방금 몸을 풀려 일어났기 때문에 빈 의자를 화면 가득 보여주는 촌극에 가까운 카메라 커팅이 나오기도 했다. 곧바로 조끼를 입고 몸을 푸는 손흥민으로 화면이 전환됐다.
하프타임 도중 전반전 하이라이트를 보여줄 때도 손흥민 얼굴이 제일 먼저 나왔고, 경기 주요장면 후 다시 손흥민 얼굴로 끝났다.
후반전이 시작될 때 손흥민이 GPS 장비를 착용하기 위해 훈련복을 훌렁 벗어던지자, 해설자들이 “어어? 입어요 입어요”라고 만담을 더하기도 했다. 관중들을 보여줄 때는 “오늘 손흥민을 보기 위해 한국 팬들이 특히 많이 왔다”고도 이야기했다.
실제로 투입되자, 손흥민이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첫 볼 터치를 할 때 등 별것 아닌 순간에도 경기장에 함성이 터졌다. 시카고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에게 집중하는 관중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손흥민도 이런 분위기를 아는 듯, 원정 경기장에서 이례적으로 관중 함성을 유도하는 손짓까지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손흥민은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현지 해설자들이 “시카고 선수들이 손흥민 유니폼을 갖고 싶어서 다가가더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또한 경기 후 손흥민이 직접 짧은 인터뷰를 갖고 “좋은 패스를 받아서 그냥 뛰었을 뿐이다. 접촉이 있었고 분명 페널티킥이었다. 승리하지 못해 아쉽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럴 만했다. 손흥민은 MLS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2,650만 달러(약 369억 원)에 이적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전세계 33세 이상 스타 역대 이적료 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 이은 3위이기도 하다. LAFC는 단순한 실력을 넘어 세계적인 축구스타를 보유했다는 가치까지 염두에 두고 거액을 냈다. 동부의 리오넬 메시만큼은 아니지만, 서부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는 이제 손흥민이다. 손흥민의 연봉도 메시에 이은 리그 2위로 알려져 있다.
손흥민은 첫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살짝 보여줬다. 빠른 스피드로 문전 침투하면서 페널티킥을 따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득점왕 출신다운 위력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면 슈퍼스타 손흥민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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