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기업 백서] 리벨리온, 엔비디아 넘을 SW 생태계 과제(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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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기업 백서] 리벨리온, 엔비디아 넘을 SW 생태계 과제(下)

한스경제 2025-08-10 06:00:00 신고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박성현 대표의 리벨리온은 대규모 투자 유치와 국내 대기업과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했다. 다만 사피온과의 합병 이후 재무와 개발 로드맵 조율 필요성이 해결 과제로 지적된다./리벨리온
박성현 대표의 리벨리온은 대규모 투자 유치와 국내 대기업과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했다. 다만 사피온과의 합병 이후 재무와 개발 로드맵 조율 필요성이 해결 과제로 지적된다./리벨리온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리벨리온은 초기 니치 시장에서 시작해 점차 범용적인 데이터센터 및 초거대 AI 시장으로 확장해나가는 전략적 진화를 거쳐 현재 위치에 도달했다. 리벨리온의 라인업인 아이온, 아톰, 리벨은 각 칩별로 목표로 하는 시장과 기술적 강점이 명확하다. 또한 엔비디아 등 경쟁사 제품과 성능 및 효율성 비교를 통해 리벨리온의 NPU 기반 차별화 전략도 성공시켰으며 삼성 파운드리와 제품 개발 전반에 걸쳐 긴밀하게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설립 후 3년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누적 투자 유치 금액 3000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중 단연 최고 수준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시드 투자로 55억원을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프리-A 라운드에서 145억원을 추가 유치해 누적 20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시리즈 A 투자에서는 920억원을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 1120억원, 기업가치 382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24년 시리즈 B 라운드에서 1650억원을 유치해 누적 투자액 2770억원, 기업가치 8800억원으로 치솟은 때다. 이 라운드에는 KT 그룹(KT, KT클라우드, KT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싱가포르 국부펀드 파빌리온캐피탈, 프랑스의 코렐리아캐피탈, 일본의 DG다이와벤처스 등 국내외 유력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후 2024년 7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벤처캐피털인 와에드 벤처스로부터 200억원을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이 3000억원에 육박했다.

리벨리온의 투자 유치 전략은 각 지역의 유력 투자자들을 통해 해당 시장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와 기반을 다지는 '전략적 투자 유치' 모델을 따르고 있다. 아람코 투자는 중동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으로 해석되며 프랑스 코렐리아 캐피탈은 투자 과정에서 유럽 현지 대기업과의 사업 연결 가능성을 우선순위로 고려한다. AI 반도체 시장이 글로벌 경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초기부터 해외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치밀한 전략이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리벨리온의 성장엔 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KT 그룹은 리벨리온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중 하나다. KT는 시리즈 B 라운드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자회사인 KT클라우드를 통해 리벨리온의 주력 칩인 아톰을 자사 데이터센터에 도입하고 상용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리벨리온에게 안정적인 초기 매출 확보와 함께 실제 상용 환경에서의 기술 검증 기회를 제공했다. KT 역시 리벨리온과의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 등 외산 칩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초거대 AI 모델 개발 등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톰 및 리벨 칩 생산을 담당하는 리벨리온의 핵심 파운드리 파트너다. 차세대 칩 리벨 개발에는 삼성의 최신 HBM3E 메모리 탑재 및 첨단 패키징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며 삼성이 초기부터 리벨리온에 먼저 협력을 제안했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의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이 완료되면서 통합 법인 '리벨리온'이 공식 출범했다. 형식적으로는 사피온코리아에 흡수 합병되는 형태였으나 사명은 '리벨리온'을 유지하고 박성현 대표가 단독으로 경영권을 맡는 구조다. 합병 법인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으로 평가되며 국내 최초 AI 반도체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합병을 통해 200여명 이상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국내 팹리스 기업 중 최다 수준 개발 인력을 보유하게 됐다. 

양사는 향후 2년 정도를 한국이 글로벌 AI 칩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골든타임'으로 판단하고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엔비디아의 쿠다(CUDA)에 맞설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사피온과의 합병은 한국 AI 반도체 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제한된 국내 자원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대기업(SK, KT)과 스타트업의 협력이 글로벌 AI 전쟁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3년 기준 리벨리온은 매출 27억원, 영업손실 159억원을 기록하며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이는 당시 매출 56억원, 영업손실 259억원인 사피온과 유사한 상황으로 양사 모두 기술 개발 단계에서의 투자성 적자를 보였다. 2024년 매출은 156억원을 기록했으나 사피온과 합병 이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손실 대부분이 연구개발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리벨리온의 적자 구조는 기술 개발 및 시장 선점을 위한 '계획된 투자'의 결과로 볼 수 있다. AI 반도체와 같은 딥테크 분야는 초기 대규모 R&D 투자가 필수적이며 기술 상용화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선 투자 후 성장' 모델을 따른다. 단기적인 재무 건전성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리벨리온은 올해 매출 1000억원, 기업가치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와의 경쟁과 개발 로드맵 변화의 필요성은 리벨리온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엔비디아가 9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은 후발 주자들에 매우 높은 진입 장벽이다.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칩 성능과 강력한 소프트웨어 '쿠다' 생태계에 기인한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은 하드웨어 기술은 뛰어나지만 소프트웨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벨리온이 엔비디아의 아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NPU의 하드웨어 성능 우위를 넘어 개발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사피온과의 합병이 이 소프트웨어 격차를 줄이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가 관건이다.

사피온과의 합병으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양사 모두 적자 운영 상태라는 점에서 통합 법인의 재무 건전성 확보도 중요하다. 합병의 주요 리스크로 재무 건전성 악화와 개발 로드맵 변화 가능성이 지적된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두 회사의 기술적, 문화적, 재무적 통합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달려있다. 또한 양사의 기술 개발 방향을 조율하고 중복 투자를 최소화하며 효율적인 R&D를 지속하는 등 개발 로드맵을 조율해야 하는 것이 통합 법인의 성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초기 적자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글로벌 공급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은 삼성 파운드리 등 외부 생산 시설에 의존하므로 미중 전략 경쟁, 지정학적 갈등, 기후 변화 등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에 취약할 수 있다. 원자재 수급 불안정, 물류 지연, 생산 비용 증가 등은 AI 반도체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팹리스 모델은 유연성과 낮은 초기 투자 비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내재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리벨리온은 삼성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런 리스크를 완화하려 노력하겠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다.

현재 리벨리온의 ESG 경영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 자료는 많지 않다. 그러나 리벨리온에 투자한 프랑스 코렐리아 캐피탈이 투자 과정에서 ESG를 고려하는 등 글로벌 기업 경영에서 ESG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리벨리온이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고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재무 성과 외에도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측면에서의 체계적인 노력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좋다.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리벨리온은 박성현 대표를 필두로 한 '어벤져스'급 인재 구성, NPU 기반의 독보적 기술력, KT·삼성·SK 등 국내외 대기업 및 투자사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단숨에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하며 한국 AI 반도체 산업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엔비디아의 아성이 견고하지만 리벨리온은 특정 시장에 대한 집중 공략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강화, 사피온과의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글로벌 대권 도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리벨리온의 성공은 한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대항할 수 있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 역할”이라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리벨리온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책임질 리벨리온의 국가적, 산업적 중요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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