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통시장 탐방기 ㉚ 서울 면목동 동원전통종합시장 편] 50여 년 역사의 시장에서 만난 사람·맛·변화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전국 전통시장 탐방기 ㉚ 서울 면목동 동원전통종합시장 편] 50여 년 역사의 시장에서 만난 사람·맛·변화

뉴스락 2025-08-09 22:09:53 신고

3줄요약

[뉴스락] 유난히도 뜨겁던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입추가 하루 지나자, 거짓말처럼 바람 끝이 서늘해졌다. 땀이 식는 그 순간,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몸이 먼저 알아챘다.

아침 햇살이 시장 골목 위로 기울어질 무렵, 면목역 인근 동원전통종합시장은 이미 분주했다. 상인들은 분홍빛 새우와 윤기 나는 제철 과일을 진열대에 내놓고,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은 저마다의 장바구니를 채워간다.

1970년대에 형성된 이 시장은 123개의 점포가 옹기종기 모인, 이 지역의 오래된 생활 무대다. 신선한 채소 향, 방금 튀겨낸 도넛의 고소함, 갓 끓인 어묵 국물 냄새가 골목마다 겹겹이 스며 있다.

최근 동원전통종합시장은 ‘모아타운’ 시범지역에 선정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구역별 재개발 여부에 따라 시장의 표정도 달라졌다. 절반은 과거를 지키고, 절반은 미래를 준비하는 중이다.

<뉴스락>은 지난 8일, 전통과 변화의 갈림길에 선 동원전통종합시장을 찾았다.

지도에 치면 나오는 동원전통종합시장 입구.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동원전통종합시장 입구.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동원전통종합시장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 지하철 7호선 면목역과 불과 몇 걸음 거리다.

시장 주출입구는 면목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2분이면 닿는다.

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약 30미터 앞 도로 건너편에 큼지막한 시장 간판이 눈에 띈다. 간판 아래 골목 안쪽에서는 흥정하는 소리와 기름 냄새가 바람을 타고 스며나온다.

버스로도 접근이 쉽다. ‘면목시장’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도보 3분이면 시장에 도착한다.

이 정류장을 지나는 주요 노선은 1122, 2115, 2230, 2412, 3216, 1222번 등이며, 인근 간선도로를 지나는 간선버스 141, 201, 240, 261번을 이용해 ‘면목역’ 정류장에서 하차해도 된다.

동원전통종합시장은 입구가 여러 곳이어서 들어서는 위치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역 가까운 입구로 들어가면 반찬가게와 채소가게가 먼저 손님을 맞이하고, 다른 쪽 입구로 향하면 곱창집·분식집이 즐비한 먹거리 골목이 나타난다.

마치 여러 개의 작은 시장이 모여 하나의 큰 장을 이룬 듯하다.

동원전통종합시장의 대표적인 반찬가게 두곳.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동원전통종합시장의 대표적인 반찬가게 두곳.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시장 한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큼지막한 반찬가게 두 곳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왼쪽 가게는 유리 진열대에 김치, 나물, 장아찌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메뉴가 바뀔 때마다 원산지와 가격표를 정성스럽게 새로 붙인다. 노랑색 작은 종이에 빼곡히 적힌 글씨가 상인의 성실함을 증명한다.

‘이래야 장사도 오래간다’는 주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맞은편,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오른쪽 가게 앞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커다란 접시에 산처럼 쌓인 잡채와 코다리조림이 손님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줄 선 이들 사이에서 “여기 잡채가 최고야”라는 속삭임이 오간다. 가게 한쪽 벽에는 ‘제발 많이 달라고 떼쓰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장난기 섞인 그 한 줄에서, '얼마나 맛있으면 이런 말까지 붙였을까' 하는 상상에 미소가 절로 난다.

옛스러운 낭만이 있는 사진관. 이름도 낭만사진관이다.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옛스러운 낭만이 있는 사진관. 이름도 낭만사진관이다.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골목 모퉁이를 돌자, 화려한 간판 사이로 한 걸음 느린 시간이 보인다. 디지털 시대에 하나둘 사라져 가는 사진관이 이곳에는 아직 살아 있었다.

‘낭만사진관’.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간판은 햇볕에 빛이 바래 있었고, 쇼윈도 한쪽에는 낡은 필름 카메라와 현상기, 오래된 흑백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세월이 먼지처럼 쌓였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웃음과 눈빛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기자가 처음 이곳을 본 지도 벌써 9년.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서 문을 열고 있는 걸 보면, 이곳은 단순히 여권사진이나 증명사진을 찍는 곳이 아니다.

결혼식 전날, 아이의 첫돌, 가족이 함께한 명절… 시장이 물건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을 보관하고 추억을 인화하는 장소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동원전통종합시장에서 맛집하면 꼭 들어가는 곱창집. 매일 12:30분에 문을 연다.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동원전통종합시장에서 맛집하면 꼭 들어가는 곱창집. 매일 12:30분에 문을 연다.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해가 기울고 시장 불빛이 하나둘 켜질 무렵, 골목 끝에서 강렬한 향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바로 이곳, 동네 주민들의 야식 아지트로 통하는 곱창집이다.

유리문을 열자, 철판 위에서 곱창이 지글지글 춤추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양념이 볶아지며 피어오르는 달콤하고 매콤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운다.

넉넉한 매장 좌석과 끊임없이 포장 주문을 받는 풍경에서, 이 집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시장 내 여기저기에 소화기가 설치돼있는 모습.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시장 내 여기저기에 소화기가 설치돼있는 모습.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시설을 유심히 살펴봤다.

골목을 따라 열 걸음 남짓마다 놓인 빨간 소화기는, 화재 위험에 대비하려는 상인들의 세심한 안전 의식을 보여준다.

소방청은  '전통시장 화재안전관리 매뉴얼'에서 통로 폭이 좁고 밀집도가 높은 전통시장일수록 배치 간격을 줄이고, 가게 외부에도 소화기를 비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머리 위로 큼직하게 걸린 화장실 안내 표지판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지만, 소화기 위치를 알리는 표지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각 통로 입구·천장에도 설치해 시장 방문객도 즉시 찾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동원전통종합시장의 주차장은 약 20대 정도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

시장 입구 근처에 위치해 접근성은 좋지만, 123개 점포가 밀집한 시장 규모에 비하면 다소 협소한 편이다.

주말이나 명절처럼 방문객이 몰리때면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워, 인근 도로변이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차 공간 부족은 시장 이용객의 체류 시간을 줄이는 요인 중 하나로, 향후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동원전통종합시장 내 간판과 화장실 내부.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동원전통종합시장 내 간판과 화장실 내부.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동원전통종합시장을 여기저기 탐방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카드 결제'다.

기자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식혜 한 잔을 사려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카드 결제는 불가”였다.  시장 내 일부 점포는 아직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받고 있는 것이다.

한 상인은 “카드 수수료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카드 결제를  꺼렸다.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점포도 123곳 중 22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운영 중인 상인들은 “기대했지만 매출은 별 차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른 전통시장이 카드 결제와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변화를 모색하는 것과 달리, 동원전통종합시장의 변화 속도는 다소 더딘 모습이다.

동원전통종합시장 공영주차장.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동원전통종합시장 공영주차장. 사진=최수경 기자 [뉴스락]

동원전통종합시장은 지도상 위아래 두 구역으로 나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의 모아타운 사업 시범지역으로 선정됐지만, 동원전통종합시장은 자율정비구역에서 제외됐고,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아래쪽 절반만 전통시장 형태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특히 아래쪽 상인들 사이에서는 재개발에 대한 반감이 뚜렷하다. 20년 넘게 강아지 용품점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매대 위로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재개발 얘기만 나와도 사람들이 발길을 끊어요. 사람이 빠지면 시장은 숨을 못 쉬죠.”

시장 골목을 걸으며 마주한 풍경은 두 가지 색으로 갈린다.

한쪽은 새 건물을 올리기 위해 철거 준비에 분주하고, 다른 한쪽은 오래된 간판과 세월이 묻은 진열대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원전통종합시장은 지금, 전통과 변화라는 두 갈래 길목에 서 있다.

절반은 과거의 기억을, 절반은 새로운 길을 향한 설계를 품은 이 시장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답은 이곳에서 장을 보고, 웃고, 흥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 조용히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Copyright ⓒ 뉴스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