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퀀텀 대표는 지난 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침해 사건 당시 수사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피앤씨랩스를 상대로 형사고소했지만, 수사기관의 응답은 없었다. 결국 퀀텀은 폐업 수순을 밟았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상처뿐인 싸움을 김 대표 혼자 해온 셈이다.
그는 "우리가 대기업이었다면 과연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수사했을지 싶다"며 "올해 초 검찰 측에 재조사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들려오는 소식은 없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술침해 피해에 대응할 여력도 떨어진다. 법무팀이 엄연히 존재하는 대기업과 달리 '일당백'인 중소기업의 경우 폐업을 각오하고 소송전에 임해야 한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대기업은 사내 변호사를 포함해 대형로펌에 사건을 의뢰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과 자본이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실제로 수사기관에서 해외기업의 국내 대기업 기술탈취 사건에는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의 기술침해 사건은 등한시하는 사례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A씨의 말대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입법 추진에도 속도가 붙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란 피해 기업이 직접 증거를 수집해 입증해야 하는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로,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증거를 강제로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절차다. 현 시점에서 그나마 기술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통한다.
이 제도는 법원이 정한 전문가가 직접 현장에 투입돼 증거를 수집하는 게 골자다. 기술침해 사건을 다루기 위해선 특정 기술과 관련된 고도화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기술탈취를 다루는 소송이 더디게 진행되는 근본적인 이유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이끌고 있는 한성숙 장관도 기술탈취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과 함께 서울 중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기술탈취 근절방안을 마련할 2차 간담회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중기부도 국회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진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곳은 법조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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